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푼 Dec 03. 2022

카타르에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20년 만에 거둔 포르투갈전 승리

이곳 카타르에 온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이곳저곳 여행도 다녀 보고 볼거리를 보고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만큼 이곳을 최고로 멋지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SNS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죄다 퇴사하고 카타르 간 거야? 카타르에 왜 이렇게 한국 사람이 많아?‘라는 내용의 글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나를 언급했다. 아마도 직장을 그만두고 월드컵을 보러 온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는 휴가로 누구는 업무 차 이곳에 왔을 것이고 배경은 서로 다를지 몰라도 모두 월드컵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다.

오늘 경기는 대한민국의 16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 모두 직관을 했지만 오늘만큼 한국사람이 많이 온 것은 처음이었다. 조별예선을 모두 찾아본 사람도 있겠지만 포르투갈전만을 위해 이곳 카타르에 온 한국 사람들도 꽤 있는 듯했다. 한국을 응원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았겠지만 한국의 16강 진출은 정말 희박한 가능성의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지더라도 멋있게 경기하자는 반응들 뿐이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떠했는가? 강호 포르투갈을 꺾었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일궈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분명 경기장에서 포르투갈을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내에는 대한민국 응원가만이 크게 들릴 뿐이었다. 태극전사와 함께하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처음 축구 경기 직관을, 그것도 월드컵을 이곳 카타르에서 즐기면서 느낀 점들이 있다. 먼저 브라운관을 통해서는 전해지지 않는 뜨거운 감동이 현장에는 있다는 것이다. 물론 TV 중계화면을 통해서 보는 게 더 잘 보인다는 이야기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경기장 현장에서는 저 선수가 누군지 식별하기가 쉽지 않고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움직임은 놓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호흡과 땀을 함께 느끼고 수만 명의 응원단의 뜨거운 열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경기장에서 같이 뛰는 듯했다. 또한, 전 세계에는 인생을 즐기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축구라는, 월드컵이라는 공용어로 소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승패와 무관하게 서로를 존중하고 축하해줄 수 있었다. 포르투갈전을 본 후 스위스와 세르비아의 경기를 보러 갔는데, 경기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은 나를 보고는 진심으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카타르에 와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왔는데, 기대한 것 이상의 것들을 얻고 느끼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첫 월드컵 직관을 카타르에서 하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