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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Dec 18. 2022

달과 나무의 사랑 나누기

미셀러니, 에세이


#1.


가수(嫁樹)라는 우리 옛 풍이 있다.

'나무 시집보내기'라고 하는 이 풍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고

풍작을 기원한 것이다.

남녀 간의 성교를 상징했다.


어느 밤 무기력하게 벤치에 앉아 있다가

문득 하늘을 봤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보인다. 아니,

나뭇가지 사이에 달이 끼워져 있다.


나뭇가지 사이에 달이 끼워져 있으니

돌보다는 속궁합이 좋겠다 싶더라.


이는 달의 환한 기운과 소망의 빛이

나무에게 씨뿌림 되어

풍성한 무언가를 번식하려는

달과 나무의 사랑 나누기가 아닐까 싶었다.


이제 곧 달의 씨뿌림이 나무의 정기가 되고

그 사의 결실이 세상에 가득 찰 것이라 생각했다.



#2.


작은 씨앗이 땅을 뚫고 꾸준하게 뻗고 뻗어

한그루 나무가 되다.

한여름의 무더위, 한겨울의 모진 추위에도

꼼짝 않는다.


단단한 대지를 뚫고 나온 것은 도전 정신의 승리.

한그루 나무로 열심히 뻗어나간 것은 꾸준함의 승리다.


나무의 도전으로 시작된 꾸준함은 곧 인내다.

인고의 과정 끝에 나무라는 경이로운 존재가 되었다.


가지를 뻗어가는 정성과 노력으로 그리되었고,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열정과 의지로 그리 되었다.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당하게 존재하며

절대적 성실과 믿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달이 생각하기에 지상에서 가장 위대했을 것이다.

나무를 탐하여 모든 것을 바칠 만했을 것이다


나무는 달을 받아들여 달의 기운을 잉태하고

새로운 정기를 순산할 것이다.


나무는

도전과 열정, 성실과 의지, 끈기와 인내 그리고 신뢰를

존재로서 증명한다.

여기에 달의 밝음과 희망이 더해져

새로운 정기가 될 것이니

그 정기를 받으면 세상일 그 무엇이든

헤쳐나가리라.


달과 나무가 나눈 사랑의 결실이

나와 브런치 작가들 그리고 읽는 이에게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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