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에세이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내가 좋아하는 백소라를 파는 곳에서는 이런 풍경이 있었다.
나는 분명히 처음 보는 아주머니인데,
"갈치 억수로 좋아 보이네. 무시 좋은거 있어가 저녁에 갈치조림 할라꼬예"
(갈치가 정말 좋아 보이네요. 좋은 무가 있어서 저녁에 갈치조림 할까봐요)
라고 하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아 진짜 맛있겠다. 맛있게 해 드세요. 나는 백소라 살라꼬요. 우리 아들이 좋아해서"
그리고는 그 아주머니와는 가벼운 목인사를 하고는 쿨하게 헤어져버린다.
"아는 사람이가?" 라고 물으니, 방금 처음 봤다 하신다.
처음보는 사람인데 집에 좋은 무가 있다는 것과 저녁 메뉴를 공유했다.
그리고 내가 백소라를 좋아하는 것도 공유되었다. 참 희한한 풍경이었지만,
잠시 스쳐가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친구처럼 정답다.
엄마는 참기름을 사러 간 걸까 아니면 친구집에 놀러 간 것일까?
이 또한 내겐 희한하지만 정다운 풍경이었다.
처음 보는 아주머니는 아무 이유 없이 반갑다.
그리고 참기름 집 아주머니는 한 십 년 된 이웃 같다.
시장은 이런 사람 맛 나는 풍경이 아주 자연스럽다.
그래서 부담 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나 보다.
모두가 내편 인듯한 느낌.
게다가 얼굴은 웃고 계신다.
콩나물을 살 때는 더 심하다.
원래 파는 한 소쿠리를 다 담고 거의 한 소쿠리를 더 담아 주신다.
까만 봉지는 넘치는 콩나물을 감당하느라
바짝 스트레칭된 상태로 버틴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표정이 즐겁다.
그야말로 흥겨운 흥정 풍경이다.
시장은 파는 것도 마음도 정량이 없었다.
정량적으로 재단된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 시장에는 있었다.
이런 풍경이 간직되고 있으니,
나는 여전히 재래시장보다
대형마트를 더 많이 갈 게 뻔하지만,
엄마가 짐꾼이 필요할 때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시장 풍경으로 들어가
덤으로 더 달라 떼도 써보고,
모르는 사람과 슬쩍 친근한 대화도 나눠보고 싶다.
물론 어쩌다 한 번 가는 나에게
"느그 아버지 잘 계시나?" 라는 식의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겠지만
마치 그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