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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Jan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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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 에세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다.

어느 정도 두께가 느껴질 만큼 쌓인 먼지는

더 이상 먼지가 아니다.


작은 먼지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반듯이 질서 있게 쌓여 있는 그것은

두께는 외로움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그들의 질서 잡힌 두께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다.


후 하는 작은 입김에도 쉽게 무너져 버리는 그 두께는

그동안의 외로움을 떨쳐 내듯 공중에서 몸부림친다.


생명력 마저 느껴지는 그들의 흩어짐은

굉장히 소란스럽다.

얼마나 외로웠길래 작은 입김 한 번에

그토록 몸부림치는 건지.


하지만 이내 풀이 죽어 조용히 내려앉고 있는

그들을 보면 애처로워진다.


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흩날림의 절정을 보여주는 그들이었기에

그 오랜 시간의 고요한 질서를

어찌 버텼을까 하 애처롭고,

그 견딤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 하는

짐작으로 더욱 그렇다.


나에게도.

저 먼지들처럼 견디어 낸 외로움이 있다.

저 먼지들처럼 견디어 냈지만,

저 먼지들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은 외로움.


그 누구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고 내 가슴 가장 좋은 자리에

그 누군가를 위해 반듯하고 질서 있게 쌓아 둔 외로움.


오직 그 누군가만을 위해

쓸쓸한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며 간절하게 비워둔 마음.


내 가슴에 그 누군가의 입김이 닿는다면

저 소란스러운 먼지들처럼 신이 날텐데.

쌓여 있던 마음이 즐겁게 소란 치며 가슴 가득

절정으로 날아다닐 텐데.


그리고 그 누군가의 가슴에  

사뿐히 정성껏 내려앉아  

변치 않는 질서를 이룰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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