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다.
어느 정도 두께가 느껴질 만큼 쌓인 먼지는
더 이상 먼지가 아니다.
작은 먼지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반듯이 질서 있게 쌓여 있는 그것은
그 두께는 외로움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그들의 질서 잡힌 두께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다.
후 하는 작은 입김에도 쉽게 무너져 버리는 그 두께는
그동안의 외로움을 떨쳐 내듯 공중에서 몸부림친다.
생명력 마저 느껴지는 그들의 흩어짐은
굉장히 소란스럽다.
얼마나 외로웠길래 작은 입김 한 번에
그토록 몸부림치는 건지.
하지만 이내 풀이 죽어 조용히 내려앉고 있는
그들을 보면 애처로워진다.
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흩날림의 절정을 보여주는 그들이었기에
그 오랜 시간의 고요한 질서를
어찌 버텼을까 하며 애처롭고,
그 견딤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짐작으로 더욱 그렇다.
나에게도.
저 먼지들처럼 견디어 낸 외로움이 있다.
저 먼지들처럼 견디어 냈지만,
저 먼지들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은 내 외로움.
그 누구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고 내 가슴 가장 좋은 자리에
그 누군가를 위해 반듯하고 질서 있게 쌓아 둔 외로움.
오직 그 누군가만을 위해
쓸쓸한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며 간절하게 비워둔 마음.
내 가슴에 그 누군가의 입김이 닿는다면
저 소란스러운 먼지들처럼 신이 날텐데.
쌓여 있던 마음이 즐겁게 소란 치며 가슴 가득
절정으로 날아다닐 텐데.
그리고 그 누군가의 가슴에
사뿐히 정성껏 내려앉아
변치 않는 질서를 이룰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