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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Jan 20. 2023

출빵녀

미셀러니, 에세이


아침에 버스를 타고 근하다가

배가 고프다고 한 코스 전에 내려

 두 개 사 먹었다는 한 자의 소식을 들었다.


별것 아닌 사소한 일이라 생각될 듯하지만,

나에겐 그녀의 빵 두 개가 특별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소심으로 어디서 꿀리지 않는 나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출근길은 대개가 여유롭지 못하다.

표정들은 한결 같이 우울하다.

여유롭지 못하고 우울하기에 무미건조하다.

집에서 직장으로 생기 없이 그저 이동할 뿐이다.

이동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추가할 여유와 의욕이 없다.

그래서 배가 고파도 점심때까지 참는 게 일반적이다.

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출근길 중에도

배가 고프다는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아침부터 빵 두 개가 넘어갈까?라는 의문은 들지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 의미롭다.

또한 그 행동이 귀엽고 재미있다.


침울한 표정의 출근길.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

그 틀에 박힌 일상에 대한 변주가 유쾌하다.

한 코스 전에 내려 빵 두 개 사 먹기라는 스토리를 만들어

틀에 박힘을 탈피했다. 그런 탈피는 그 자체가 재미고 의미다.

배고픔 문제를 해결하며 느꼈을

보람과 성취감도 짐작된다.

기분도 좋아지고 또 다른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 할

의욕이 생겼을 것 같다.

그야말로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


 작은 보람과 성취감은 아침의 허기뿐 아니라

하루를 충만하게 하는 씨앗이지 않을까?

 씨앗은 자라면서 점점 하루를 활기차게 한다.

 활기참은 긍정적인 마음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하여, 하루가 긍정으로 풍요로워질 확률이 높다.

빵 두 개로 아침 허기를 채우니, 하루가 긍정으로 빵빵해진다.


배고픔을 참고 생기없이 직장으로 이동되었다면

배고픔은 짜증의 씨앗이 되어 부정을 끌어들이고

기분이 엉망인채로 하루를 시작했을 확률이 높다.

부정으로 판을 칠뻔한 하루였지만,

그녀는 빵 두 개로 판을 뒤집었다.


출근길의 경로를 귀엽게 이탈하는 작은 변주를 통해

의미 있 하루를 시작 모습이 보기 좋다.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 의미를 대단하게 여겼다.

버스 출근길 한 코스 전에 내려 빵을 두 개 사먹은 일.

그 소식이 참으로 유쾌하다. 완전 귀엽다.




잠시 후 내 출근길에서 출빵녀같은 변주가 있기는 희박하다.

어제를 복사해 붙여놓은 출근길이 거의 확실하다.

나는 어떤 변주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

지금 퍼뜩 떠오르는 생각은 양보운전이다.

"임마 이거 뭔데 쑥 끼어들라카노?"라고 하는 대신

"어서 들어오세요 제가 틈을 내겠습니다."

하며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겠다.

쑥 들어오려는 사람에겐 양보가 되고

나에겐 뿌듯함이 되는 그 한 번의 브레이크를

내 하루에 뿌리는 긍정의 씨앗으로 삼겠다.

사소한 양보의 미덕을 긍정 덩어리로 부풀려 보겠다.

끼어들려는 차가 없으면 어쩌나 싶지만,

욕대신 양보하려는 마음 자체가 이미 어제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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