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배가 고프다고 한 코스 전에 내려
빵 두 개 사 먹었다는 한 여자의 소식을 들었다.
별것 아닌 사소한 일이라 생각될 듯하지만,
나에겐 그녀의 빵 두 개가 특별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소심으로 어디서 꿀리지 않는 나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출근길은 대개가 여유롭지 못하다.
표정들은 한결 같이 우울하다.
여유롭지 못하고 우울하기에 무미건조하다.
집에서 직장으로 생기 없이 그저 이동할 뿐이다.
이동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추가할 여유와 의욕이 없다.
그래서 배가 고파도 점심때까지 참는 게 일반적이다.
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출근길 중에도
배가 고프다는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아침부터 빵 두 개가 넘어갈까?라는 의문은 들지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 의미롭다.
또한 그 행동이 귀엽고 재미있다.
침울한 표정의 출근길.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
그 틀에 박힌 일상에 대한 변주가 유쾌하다.
한 코스 전에 내려 빵 두 개 사 먹기라는 스토리를 만들어
틀에 박힘을 탈피했다. 그런 탈피는 그 자체가 재미고 의미다.
배고픔의 문제를 해결하며 느꼈을
보람과 성취감도 짐작된다.
기분도 좋아지고 또 다른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 할
의욕이 생겼을 것 같다.
그야말로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
그 작은 보람과 성취감은 아침의 허기뿐 아니라
하루를 충만하게 하는 씨앗이지 않을까?
그런 씨앗은 자라면서 점점 하루를 활기차게 한다.
그 활기참은 긍정적인 마음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하여, 하루가 긍정으로 풍요로워질 확률이 높다.
빵 두 개로 아침 허기를 채우니, 하루가 긍정으로 빵빵해진다.
배고픔을 참고 생기없이 직장으로 이동되었다면
배고픔은 짜증의 씨앗이 되어 부정을 끌어들이고
기분이 엉망인채로 하루를 시작했을 확률이 높다.
부정으로 판을 칠뻔한 하루였지만,
그녀는 빵 두 개로 판을 뒤집었다.
출근길의 경로를 귀엽게 이탈하는 작은 변주를 통해
의미 있게 하루를 시작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 의미를 대단하게 여겼다.
버스 출근길 한 코스 전에 내려 빵을 두 개 사먹은 일.
그 소식이 참으로 유쾌하다. 완전 귀엽다.
잠시 후 내 출근길에서 출빵녀같은 변주가 있기는 희박하다.
어제를 복사해 붙여놓은 출근길이 거의 확실하다.
나는 어떤 변주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
지금 퍼뜩 떠오르는 생각은 양보운전이다.
"임마 이거 뭔데 쑥 끼어들라카노?"라고 하는 대신
"어서 들어오세요 제가 틈을 내겠습니다."
하며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겠다.
쑥 들어오려는 사람에겐 양보가 되고
나에겐 뿌듯함이 되는 그 한 번의 브레이크를
내 하루에 뿌리는 긍정의 씨앗으로 삼겠다.
사소한 양보의 미덕을 긍정 덩어리로 부풀려 보겠다.
끼어들려는 차가 없으면 어쩌나 싶지만,
욕대신 양보하려는 마음 자체가 이미 어제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