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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Jan 16. 2023

최고의 운동

미셀러니, 에세이


#1.


일이 바빠진 요즘

퇴근 후, 육체적 정신적 탈진을 느낀다.

체력을 키우면 괜찮을 싶어

운동을 해보자 생각했다. 이왕이면 재밌게.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인라인 스케이트였다.

전신에 운동이 되고 타는 재미도 있으니까.


타보지 않은지가 십수 년이 넘었다.

트렁크 구석에서 폼만 잡고 있던 놈을 끄집어내

낙동강체육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향했다.


오전 8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내 전용구장이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얼른 달리고 싶었다.

한때 대학교 후배들에게 강습도 했던 나니까

십수 년이 지났어도 그 실력 여전하겠지 자신했다.


하지만, 겨우 일어서는데만 3분이 걸렸다.

정말 말도 안 되는 3분이었다.

지금쯤 뒷짐 지고 질주하고 있어야 하는데,

겨우 일어나 비틀거리며 아장거리기만 할 뿐

트랙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인라인을 벗고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인라인 타기를 포기한 게 아니다.

보호장비를 추가로 장착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타보겠다는 나름의 각오였다.


그냥 서 있는데도 힘이 들었다.

평소 아파 보지 못한 부위 통증이 왔다.

생전 안 쓰던 부위에 억지로 힘을 쓰고 있었으니

그에 합당한 자연스러운 통증이었다.


이 욱신거림과 땡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통증은 이런 메시지를 주려는 듯했다.

"처음 탈 땐 아프고 힘들지, 여러 번 타다 보면 괜찮아졌지,

그렇게 실력이 늘었었지."



#2.


한쪽 발은 버티고, 다른쪽 발은 밀어내면 앞으로 나아간다


예전 타던 생각은 버리고 기본부터 다시 하기로 했다.

인라인의 기본은 중심을 낮추고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며,

한쪽 발을 고정시킨 채 다른 쪽 발은 옆으로 쭉 미는 것이다.

고정시킨 발이 밀어내는 힘을 버티면 앞으로 나아간다.


밀어내고 버티면 앞으로 나아간다

버티고 밀어내면 앞으로 나아간다


밀어내며 버티고, 버티고 밀어내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게 인라인의 기본 원리다.

이 기본동작은 생전 안 쓰던 부위의 통증을 가속시킨다.

이 생소한 통증의 증가는 다음에 또 타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맛을 경험하고 나면

달리고 싶은 욕망이 생겨

그 생소한 통증을 무릅쓰게 된다.

통증은 이내 단련이 되고 통증이 단련될 즈음엔

밀어내고 버티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한결 수월해지니 속도와 자신감이 붙고,

어느새 쾌속 질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좀 더 마시고 싶은 유혹, 좀 더 자고 싶은 유혹,

다음으로 미루고 싶은 유혹 그리고 최근 유튜브의 유혹까지.

이런 것들은 밀어내는 데 힘이 든다.

나쁜 습관에 익숙했던 나를 밀어내려니

통증 비슷한 게 느껴진다.

생전 안 쓰던 마음으로 익숙한 마음을 억지로 밀어내 일엔

그에 합당한 자연스러운 통증 따른다.


밀어 내기보다 그냥 두기가 편하다.

하지만 그 생소한 통증을 버티며 밀어내면

그만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여지가 생긴다.

처음 한 두 번 버티며 밀어내기가 어렵지

반복하면 수월해진다. 수월해진 반복은

새로운 관이 되어

나를 단련시키며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점진하게 한다.


밀어내고 버티는 일 힘든 일로 규정지 않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겨본다.

삶의 과정에서 밀어내고 버텨야 할 일을 마주할 때.

또는 밀어내고 버티기로 결정 할 때.

이건 발전의 원리다! 기회다!라고 생각

밀어냄과 버팀을 반복하면,

 조금은 달라진다. 전보다 나은 방향으로.

그게 습관이 되면 일사천리다.


이제 나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운동도 하고

삶의 원리도 실천하는 일석이조의 질주를 즐긴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밀어내고

출근 후 모진 회사 일을 버티고 나면

달콤한 퇴근 시간이 온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더 달콤한 휴일이 온다.

몇 번의 반복을 또 반복하니 드디어 월급이 나온다.

하지만, 출근은 여전히 하기 싫다.

예외 상황 발생이다.

출근은 아무리 반복해도 수월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밀어내고 버텨야 한다.

그래야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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