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술의 힘을 빌려 쓴다.
어떤 초월적 존재의 마법 같은 힘이
나를 위해 신비로운 작용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 주술의 힘을 바라며 어느 바위를 향하다가
초월적 존재를 보았다.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전설의 바위다.
1시간 남짓 산을 오르면 그 정상에서
바위에게 소원을 말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오를만한 산이지만,
헉헉 거림 없이 오르기는 힘들다.
불상의 머리 위에 납작한 바위가
갓처럼 올려져 있어 갓바위라 불린다.
서서 걷는데
기어 가는듯한 자세가 되어 버린
할머니 한 분이
갓바위에 다가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계셨다.
갓바위에게 다가가려면
중턱에서 만나게 되는
1365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할머니에게는 이미 무리인 듯 보였는데.
할머니는 무릎이 가슴에 닿을 만큼
크게 다리를 끌어올려
계단 하나를 오르더니
다음 계단에선 앉아서 쉰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한 계단을 오른다.
연속 두 계단은 무리다. 또 앉아 쉰다.
계단 하나가 산 하나처럼 느껴진다.
매 계단이 고비인 듯
힘겨운 다리를 위태롭게 끌어올린다.
계단 하나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육체적 한계의 극복을 갱신한다.
그런 계단을 천 번 넘게 오르려 한다.
초월적 존재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도 초월적 존재가 되어
초월적 존재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소원을 빌 일이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판이다.
할머니를 끌어올리는 힘과
할머니가 끌고 오르는 힘은
간절함일 거다.
그 간절함 탓에 할머니의 사투가
마음 아프다.
그 간절함 덕에 할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 간절함을 위해
갓바위의 전설을 믿는다.
나는 간절하지도 않으면서
얻으려 했고 이루고 싶어 했다.
간절함이 없었다니.
이게 한동안 충격이었다.
브런치용으로 말하자면
쓸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쓸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간절함이 없었다.
간절함이 없었으니
간절하지 않은 일만 잔뜩 한 셈이다.
드래곤볼 찾듯이
간절함을 찾아야 하나?
갖고 싶다. 간절함.
이 마음도 간절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