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에게 친근한 동물, 만질 수 있는 동물을 좋아한다.
대표적으로 개와 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막상 키우는 동물은?
쌩뚱맞게도 거북이다.
우리집에 온지 한 1년반쯤 다 되어가는 미니 거북 두마리, 우기와 부기.
처음엔 등갑이 50원, 100원만하던 초미니 거북이들이었다.
커먼 머스크 종으로 반수생이라 물에서도 살고 육지에서도 산다.
원래 애들 말고 뭘 따로 키우는건 신랑 담당이었다.
겉으론 무뚝뚝한데 신기하게 뭘 키우길 좋아하는 신랑은 물고기, 달팽이, 새우까지 키웠었다.
점점 키우는게 많아지다보니 관련 물건들을 사러 청계천 수족관 골목에 갔을때였다.
구경만 하고 나오던 길에 쌩뚱맞게 미니거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원래 나는 거북이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다.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그냥 거북이란 동물이 있지 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웬일인지 동전만한 귀요미 녀석들을 보자 애정이 급 솟았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데리고 온 우기와 부기.
어쩌다보니 원래 키우던 물고기와 친구들은 모두 분양을 주게 됐고
수족관은 두 거북이들이 차지하게 됐다.
그냥 원래 있던 여과기나 히터를 그냥 계속 쓰면 되겠지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북이 전용 육지, 쉼터, 모래 등등을 사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약 2년전쯤 우리집에 오게 된 새로운 반려견 아니고 반려귀(龜)들.
하지만 언제나 애정을 쏟는 나와는 달리 이 녀석들은 아직도 나를 무서워한다.
쉼터에 올라와서 쉬다가도 내가 쳐다보고 있는걸 느끼면 후다닥 물속으로 도망가고
먹이를 주려고 꺼내서 잠시 먹이통으로 옮기면 그렇게 바둥댈 수가 없다.
한번은 날 깨물려고 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부기를 엄청 혼낸적도 있다.
동전만하던 아기 시절을 지나 이제 어느새 손바닥 반만해진 우기와 부기.
맨날 까드득 까드득 쉼터를 갉아먹질 않나
여과기와 히터를 자꾸 밀어대서 떨어뜨리질 않나
우리 두 아이들만큼이나 장난꾸러기들이지만 그 모습조차 너무 귀여워서 맨날 웃고 만다.
아이들은 장난치면 하지 말라고 그렇게 소리를 치면서 말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우기부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것 같다.
첫째, 따로 신경 안써줘도 알아서 크는 강인함.
둘째, 한정된 공간에서 얌전히 있길 바라는 마음.
그런데... 어? 적고 나니 뭔가 이상하다.
내가 늘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말들.
"이제 이런건 혼자 할 줄 알아야지."
"어어~ 그러다 다친다? 조심해!"
저 두 이유들은 다름 아닌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들이 아니던가?
내가 우기부기를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육아에 지쳤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이인데.
이제 말도 잘해서 꼬박꼬박 말대꾸도 하지만 아직 어려서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아서 다 만지고 싶고 해보고 싶은 나이인데...
내가 너무 수족관 속 우기부기처럼 아이들을 대하는건 아닐까?
등갑 튼튼해지라고 먹이통에 감마루스를 넣어주다 급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