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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Aug 30. 2021

시청률을 높이려고 방송작가가 종종 하는 일

유혹 앞에 흔들리는 방송가 에피소드

6시 내 고향, 생생 정보통 같은 프로그램 현지의 농수산물을 수확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다. 한때 수박 촬영을 가면 꼭 찍어오는 게 있었다.  리포터가 수박을 수확하고, 농부들과 함께 나르다가, 잘못 던져, 수박을 떨어트리고는

"아유 아까워라. 버릴 수 없잖아요. 이거 제가 먹을게요." 빨간 속살이 나온 수박을 맛있게 먹는 거였다.  

잘 나르는 수박보다, 잘 나르던 수박이 땅에 떨어져 깨지면, 시청자들은 안타까워하며 TV에 집중하고, 리포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은 시청자의 군침을 돌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리 팀도 수박 촬영을 하기 위해 기획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담당 CP는 우리에게 촬영 가서 절대 수박을 깨는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수박을 나르다 떨어트려 깨는 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겠지만, 여름 내내 고생한 농부들에게는 못할 짓이야. 수박이 깨지는 걸 보는 농부들의 마음도 깨져. 절대 연출해서 찍지 마. "  


TV 프로그램은 1분 단위로 쪼개진 분당 시청률이 나온다. 시청자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그 순간순간마다 방송은 평가돼, 어떤 장면에 어떤 이야기에 시청률이 잘 나왔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다음 주 촬영할 것을 다 정해놔도 이번 주 시청률이 잘 나오고 안 나고에 따라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벌써 촬영을 갔다면 다른 재밌고 자극적인 내용을 추가한다. 어떨 때는 섭외에 촬영구성안까지 다 해놓은 것을 엎고 새로 다시 만들기도 한다. 


재밌고 감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라지만 기본은 시청률이다. 시청률은 음식점 매출과 같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매출이 없으면 결국 식당은 문을 닫게 된다. 시청률이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판에서, 시청률 잘 나오게 만들라는 소리만 듣다가, 농부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울컥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며 나는 좋은 방송을 만들고 있는지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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