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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Aug 29. 2021

빗자루에 이런 철학이 숨어있을 줄이야!

일상에서 발견한 사소한 즐거움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며 청소하는 걸 싫어했지만, 빗자루로 쓸면서 재밌어졌다. 처음 빗자루를 사고는 하루에 서너 번이나, 방을 쓸기도 했다. 환경보호 위한 것도 있지만 요즘도 쓱쓱 비질하는 재미에 빠져 일주일에 세 번은 빗자루로 청소한다. 빗자루로 방을 쓸다 보면 빗자루에 엄청난 철학이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빗자루의 묘미 첫 번째, 가벼움! 

진공청소기는 아주 작은 먼지도 빨아들이느라 흡입력이 어마어마하다. 흡입력은 세지만, 가볍고, 밀고 당기기도 쉽다고 광고하지만, 온 집안을 청소해보면,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빗자루로 집을 한번 쓸어보면 그 가벼움에 깜짝 놀란다. 가벼워서 온 집안을 쓸어도 힘이 들지 않는다. 비싼 진공청소기보다 가벼운 빗자루로 방을 쓸다 보면, 가볍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 사람과 나를 비교하던 마음도, 더 많은 걸 이뤄야 한다는 욕심도 내려놓게 된다.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의 배낭은 가볍다. 배낭이 무거우면 쉽게 지친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야 인생길에 핀 꽃도 나무도 즐길 수 있다. 내 짐이 가벼우면 남의 짐도 들어줄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렇게 누군가와 친구가 돼서 즐겁게 살 수 있다.


빗자루의 묘미 두 번째, 내가 놓친 것 되돌아보기!

'작은 먼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진공청소기 광고 카피를 들으면, '작은 실수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나는 진공 속에 있는 듯, 헉! 숨이 막힌다. 빗자루로 청소하고 나면, 작은 먼지뿐만이 아니라 큰 먼지까지 놓치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집안을 돌아다니던 머리카락도 쓸고, 꽤 깔끔하게 청소가 된다. 청소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택배 상자에서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알맹이. 과자 부스러기, 내가 놓친 것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느슨해진다. "아까 만두를 택배로 받았구나" "과자 먹 떨어트린 조각이 저기에 있네" 오늘 내가 뭘 했는지 눈에 보인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해볼 시간도 없이 살았는데, '가끔은 멈춰서 내 일생을 돌아보며 살아야겠구나!' 내 옆에 빗자루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빗자루의 묘미 세 번째, 다시 시작하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어떤 사람은 한 번에 완벽하게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실수도 한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방송작가지만, 써놓은 글이 마음이 안 들어 고치기를 여러 번 하고, 시간에 쫓겨 보내 놓고, 후회하기도 한다. 어디 글 쓰는 것뿐일까, 연애는 물론, 하다못해, 티셔츠 하나 사놓고도 후회할 때가 있다. "도대체 왜 그랬어?" 잘못 선택한 나를 탓한다.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한 후 먼지가 보이면 다시 꺼내 청소하기가 버겁지만, 빗자루를 잡고 다시 방을 쓰는 건 쉽다. 빗자루로 청소를 해보면 안다. 다시 방을 쓰는 것도, 다시 시작하는 것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아! 그리고 또 하나 깨닫는 것, 작은 먼지는 그냥 스쳐가는 빗자루처럼, 남의 작은 실수나 잘못은 못 본 척해주자는 것. 나는 빗자루의 설렁설렁 대충대충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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