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에 이런 철학이 숨어있을 줄이야!
일상에서 발견한 사소한 즐거움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며 청소하는 걸 싫어했지만, 빗자루로 쓸면서 재밌어졌다. 처음 빗자루를 사고는 하루에 서너 번이나, 방을 쓸기도 했다. 환경보호 위한 것도 있지만 요즘도 쓱쓱 비질하는 재미에 빠져 일주일에 세 번은 빗자루로 청소한다. 빗자루로 방을 쓸다 보면 빗자루에 엄청난 철학이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빗자루의 묘미 첫 번째, 가벼움!
진공청소기는 아주 작은 먼지도 빨아들이느라 흡입력이 어마어마하다. 흡입력은 세지만, 가볍고, 밀고 당기기도 쉽다고 광고하지만, 온 집안을 청소해보면,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빗자루로 집을 한번 쓸어보면 그 가벼움에 깜짝 놀란다. 가벼워서 온 집안을 쓸어도 힘이 들지 않는다. 비싼 진공청소기보다 가벼운 빗자루로 방을 쓸다 보면, 가볍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 사람과 나를 비교하던 마음도, 더 많은 걸 이뤄야 한다는 욕심도 내려놓게 된다.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의 배낭은 가볍다. 배낭이 무거우면 쉽게 지친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야 인생길에 핀 꽃도 나무도 즐길 수 있다. 내 짐이 가벼우면 남의 짐도 들어줄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렇게 누군가와 친구가 돼서 즐겁게 살 수 있다.
빗자루의 묘미 두 번째, 내가 놓친 것 되돌아보기!
'작은 먼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진공청소기 광고 카피를 들으면, '작은 실수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나는 진공 속에 있는 듯, 헉! 숨이 막힌다. 빗자루로 청소하고 나면, 작은 먼지뿐만이 아니라 큰 먼지까지 놓치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집안을 돌아다니던 머리카락도 쓸고, 꽤 깔끔하게 청소가 된다. 청소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택배 상자에서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알맹이. 과자 부스러기, 내가 놓친 것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느슨해진다. "아까 만두를 택배로 받았구나" "과자 먹고 떨어트린 조각이 저기에 있네" 오늘 내가 뭘 했는지 눈에 보인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해볼 시간도 없이 살았는데, '가끔은 멈춰서 내 일생을 돌아보며 살아야겠구나!' 내 옆에 빗자루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빗자루의 묘미 세 번째, 다시 시작하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어떤 사람은 한 번에 완벽하게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실수도 한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방송작가지만, 써놓은 글이 마음이 안 들어 고치기를 여러 번 하고, 시간에 쫓겨 보내 놓고, 후회하기도 한다. 어디 글 쓰는 것뿐일까, 연애는 물론, 하다못해, 티셔츠 하나 사놓고도 후회할 때가 있다. "도대체 왜 그랬어?" 잘못 선택한 나를 탓한다.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한 후 먼지가 보이면 다시 꺼내 청소하기가 버겁지만, 빗자루를 잡고 다시 방을 쓰는 건 쉽다. 빗자루로 청소를 해보면 안다. 다시 방을 쓰는 것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아! 그리고 또 하나 깨닫는 것, 작은 먼지는 그냥 스쳐가는 빗자루처럼, 남의 작은 실수나 잘못은 못 본 척해주자는 것. 나는 빗자루의 설렁설렁 대충대충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