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방송작가 Oct 02. 2021

사랑이 아닌 이별을 선택하는 용기

이제 그만! 빨간색 신호등 앞에 섰을 때.

가속 페달을 밟고 달리는 것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한 건, 운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신호변경을 알리는 노란색 신호등이 들어왔을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멈추는 게 상식이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빨리 지나가고 싶은 유혹에 지곤 한다. 운전도 사랑도 계속 가는 것보다 멈추는 데 더 많은 고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제 사랑을 멈춰야 할 때라고, 신호변경을 알려주는 노란색 신호등이 켜질 때, 우리는 주저한다. 모른 척 더 빨리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교통신호등은 몇 초 후 달릴 수 있는 초록색 신호등이 다시 켜지지만, 사랑은 언제 다시 찾아올 줄 모르기에, 멈추기가 더 힘들다. 멈춤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달면 사고가 일어난다. 멈춰야 한다. 몸이 심하게 흔들리고,  덜컹 충격이 오더라도. 


초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은 어렵다. 몇 번을 해도 정지할 때,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특히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들어오거나, 멈춤 신호등을 못 봤을 때는, 덜컹덜컹 급정거해서, 운전자도, 옆에 탄 동승자도 놀라게 한다. 미리 면허증을 따고, 도로 연수도 끝내고 시작한 운전인데도, 멈추는 것이 어려운데, 사랑을 멈추는 것은 오죽이나 어려울까. 


대부분 이별이 찾아올 때는 신호변경을 알리는 노란색 신호등이 켜지지도 않고, 정지를 알리는 빨간색 신호등이 먼저 켜진다. 빨간색 신호등을 못 본 척 눈을 감고 싶지만, 운전할 때도 사랑할 때도 눈을 감는 게 가장 위험하다. 멈춰서 주위를 잘 살피고 결정해야 한다. 다음 녹색불이 들어오면 가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방향을 돌릴 것인지.


함께 차를 타고 달다고 해서, 같은 곳에 내릴 필요는 없다. 내 차에서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을 계속 달래고, 내리겠다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함께  가는 건 서로에게 힘든 일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그 사람을 내 옆자리에서 내리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둘이 달리다가 혼자 달리는 길은 외롭고, 허전해 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찾아올 이별이라면, 이제 결정해야 한다. 상처는 아프겠지만 빨리 입은 상처는, 그만큼 빨리 아문다.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쩔쩔매기도 하고, 차선 변경이 어려워 직진만 하던 초보운전자가,  어느 날 노련한 운전자가 되듯, 지금 이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우리는 더 멋진 사랑을 하는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라고 하고 싶지만, 몇 번을 해도 사랑은 첫사랑처람 서툴다. 오늘도 사랑과 이별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사랑할 때 더 많이 행복하고, 이별할 때 덜 힘들기를 바라본다.

이전 18화 사랑을 위해 남자는 이것을 포기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