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위인전을 읽고 부모는 어떤 것을 깨닫길 바랄까? 내가 아는 작가 선배의 이야기다. 그녀는 초등학생 딸이 위인전을 읽는 것을 보고 내심 어떤 교훈을 얻을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책을 다 읽은 아이가 큰 결심을 한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단다.
"엄마 난 절대 위인이 되지 않을게요."
위인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도 아니고, 눈에 힘까지 줘가며 절대 위인이 되지 않겠다고 하니, 이상해서 이유를 물었다. 딸에게서 이유를 듣고 선배는, 절대 위인이 되지 말라고 했단다.
아이가 절대 위인이 되지 않으려는 이유는 뭘까?
"위인들은 고생을 너무 많이 해요." 나쁜 사람들이 계속 괴롭히고, 실패는 또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단다. 기본 10년이고 평생을 고생하다가, 죽어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다며, 자기는 저렇게 고생을 할바에는 위인이 안되고, 편안하게 살고 싶단다.
"위인은 대부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요." 선배가 우리 집은 먹고살만한데, 왜 그런 걱정을 하느냐고 했더니, 위인 중에는 잘 살다가도 폭삭 망해서 가난해진 사람이 많단다. 나중에 그 가난을 이기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만, 자신은 큰 성공보다, 별일 없이 지금처럼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성공한 사람은 너무 안 놀고 일만 해요." 자기는 계속 일만 하면 불행할 거 같다면서 위인이 되지 않겠다고 했단다. 성공한 사람보다 많이 놀러 다니고, 여행 다니는 어른이 될 거란다.
아이의 말처럼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행복하지 않은 삶은 나도 살기 싫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위인을 꿈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더 많은 연봉 더 큰 아파트 더 높은 자리를 꿈꾼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면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원빈이 남긴 명언이 있다. "내 핑계 대지마"
오늘 참으면 내일은 괜찮을 거라고 믿으며 살았다. 참으며 지내는 하루하루 우리 자신은 황폐해져 간다. 시들어 가는 꽃을 살리는 데는 빨리 한 방울의 물이라도 줘야 한다. 죽은 다음, 강물을 쏟아부어도 꽃은 살아나지 않는다. 내일은 오늘의 또 다른 오늘 일 뿐이다. 인생의 복병은 언제 불쑥 튀어나와, 우리의 뒤통수를 때릴지 모른다. 아이가 삶이 고달픈 위인 대신, 행복한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했듯, 우리도 내일의 행복이 아니라, 오늘의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
참! 독서의 계절 가을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줄 때, 충분히 고민해야 할 듯하다. 아이들은 책에서,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