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88살 할머니가 가장 부러운 사람.
시골마을에 사는 88살의 할머니는, KBS '다큐 공감' 촬영 온 젊은 피디에게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계시는지 묻는다. 피디가 살아계신다고 하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좋겠다. 부모네가 살아계셔서, 부모네가 안 돌아가시고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그것보다 좋은 일이 어딨노.”
큰 아파트도, 많은 돈도, 높은 지위도 아니다. 9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가 이 세상에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부모님이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있는 사람이 가장 부러운 것이다. 농사를 지어서 자식들에게 좋은 것 보내주느라, 자신은 성한 것 못 먹는다는 할머니는, 엄마의 엄마가 될 만큼 나이를 먹었다. 힘든 세월 자식을 품으며 엄마로 사는 동안, 그녀도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었을 것이다. 할머니가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며 긴 세월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딸로 엄마에게 사랑받아온 기억 때문이리라.
추석이 되면 고향이 그리운 것은 그곳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아는 동생의 엄마는 "우리 자식 밥 잘 묵고 똥 잘 싸게 해 주세요." 빈다고 한다. 밥 잘 묵고 똥을 잘 싼다는 것은 속이 편하다는 것이고, 속이 편하다는 것은 많이 힘들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성공보다 집 떠난 자식의 무탈함을 바라는 것이다.
자식이었던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가진 것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가족 수가 늘어나고, 집 평수가 늘어나고, 자동차 배기량이 늘어나고, 통장의 예금도 늘어난다. 그러는 동안 엄마 아빠와 함께 할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자식은 부모의 젊음을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늘어나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이 줄어드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오래 살아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뭔지 아는 할머니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엄마를 우리는 갖고 있다. 올 추석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 먹고 싶어." 말할 수 있어서,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잊지 말자. 그런데 나중에, 내가 할머니가 돼서 엄마가 보고 싶으면 그땐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