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을 시작하며...
잠깐 망설였다.
어제 내려놓은 커피.
뚜껑은 언제 사라졌는지.
강박적인 나의 기억에서도 빗겨난지 오래.
무엇으로든 덮어놔야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어제를 마시기 위해서는.
밤새 부유했을 먼지들을
얌전히 내려앉았을 먼지들을
내 폐포에 깊숙히 박힐 그 먼지들을
아버지에 폐 조직에 박혔던 먼지들을
상상하며 나는 커피를 머그잔에 먼지들을
.
.
.
쏟아부었다
나의 아버지
비흡연자임에도 폐암으로 돌아가신
떠올려보니 아버지는 등단하지 않은 시인
과묵한 아버지의 입술에서
드물게 떨어지던 문장들을
콩물에 떠다니는 먼지들을
마시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아닌
하늘에 계실
나만의 아버지
아버지...그에게 받았을
유전자가 꿈틀거려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아침
오늘 나는
미루던 단편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