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아무 감정도 안 느껴질 때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어요.
눈은 떴는데 일어나기 싫고,
해야 할 건 많은데 손이 안 움직이고,
누가 말 걸어도 대답하기 귀찮고,
그냥, 모든 게 귀찮아요.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닌데 좋지도 않고,
화난 것도 아닌데 웃음도 안 나고,
딱히 슬픈 건 없는데, 눈물이 맺힐 것 같기도 해요.
그냥… 텅 빈 기분이에요.
그럴 때,
“왜 이렇게 게으르지?”
“왜 아무 의욕이 없지?”
“나 왜 이러지?”
이런 말로 스스로를 자꾸 몰아붙이게 돼요.
그러다 보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기도 해요.
그런데 그럴 때일수록, 나는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 날도 있어요. 그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지쳤다는 신호예요.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지금은 조금 멈춰야 한다는 말일지도 몰라요.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어요.
“요즘은 감정이 너무 무뎌요.
좋은 일이 있어도 기쁘지 않고,
싫은 일이 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해요.
무슨 색깔도 없는 것 같아요, 제 하루가.”
나는 그 마음을 안다고 말해줬어요.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잠깐 숨죽이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요.
심리학에서는 이 상태를
‘탈진’, 혹은 ‘정서적 마비’라고 부르기도 해요.
감정을 계속 느끼고, 누르고, 조절하려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이 고장 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럴 땐
억지로 기분을 올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
그저 멈춰 있는 나를 인정해주면 돼요.
무기력한 나를 자책하지 말고,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라고 말해줘요.
그렇게 내 마음에
“괜찮아, 쉬어도 돼”라고 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날,
불현듯 다시 웃게 될 거예요.
어떤 장면이 귀엽다 느껴지고,
어떤 노래가 괜히 좋아지고,
어떤 하루가 조금은 괜찮게 느껴질 거예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지금의 멈춤도 ‘살아가는 중’이라는 걸 잊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