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감정을 잃어버린 어른들
나는 종종 내 감정을 한 발 늦게 알아차린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살짝 스쳤던 것 같은데, 그게 서운함이었는지, 분노였는지, 아니면 단순한 피로였는지를 구분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간다.
그저 이상하게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고, 말없이 샤워를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 내가 상처받았구나.
그런데도 그 순간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정도로 예민하게 굴면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표정을 숨기고 웃었다.
‘괜찮아’라고 말한 내 입술 뒤로, 사실은 수많은 말들이 맴돌고 있었다.
우리는 자주 감정을 미뤄둔다.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해석’하고 ‘통제’하려 든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조차 너무 버거워서
느끼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
어른이 되면 감정을 다룰 줄 알게 될 줄 알았다.
화를 낼 타이밍, 참아야 할 기준, 서운함을 말하는 방식 같은 걸
어느 날 갑자기 본능처럼 터득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감정 앞에서 망설이고, 겁을 내고, 때로는 도망친다.
왜 이토록 서툴까.
그건 아마도, 감정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뻐하는 법은 가르쳐주었지만,
슬퍼해도 된다고 말해준 어른은 없었고,
화를 내는 건 나쁜 아이의 행동이라고 배웠다.
그러니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운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지는 일일지 모르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자기 마음을 이해하는 책임이 아닐까.
서툰 감정 표현도, 어색한 말 한마디도,
그 마음의 안쪽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부터 조금씩 달라진다.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다.
괜찮은 척보다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연습을,
참는 것보다 말해보는 쪽을 택하는 용기를.
그러니까, 어른이 되지 못한 나를 너무 야단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지금,
조금씩 감정을 배워가는 중이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