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게 미덕이라고 배웠던 아이

1장. 감정을 잃어버린 어른들

by 일상온도

나는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참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억울해도 참고, 서운해도 참고, 울컥해도 참고.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참는 게 ‘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은 마음속에 수십 마디의 말이 맴도는데,

입 밖으로는 딱 두 글자만 나온다. “괜찮아.”


나는 어려서부터 좋은 아이였다.

“참을 줄 알아야지.”

“화를 내면 나쁜 거야.”

“그 정도 일로 우는 거 아니야.”


그 말들이 늘 정답처럼 들렸고,

기분이 상해도, 울고 싶어도,

입술을 꽉 다물고 마음을 감추는 연습을 했다.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나는 감정을 조절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억압한 것이었다.


슬픈 건 나쁜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느끼는 나를 나쁘다고 여긴 것.

그렇게 자란 나는 이제,

감정을 느끼는 순간부터 죄책감을 먼저 느낀다.


참는 건 겉보기엔 성숙해 보인다.

하지만 마음속엔 눌러놓은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자주 피곤하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아무 일도 없는데 가끔 울컥한다.

이건 감정이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삼켜왔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미숙한 게 아니라,

건강한 거라는 걸.

참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도 용기라는 걸.


내 안의 어린아이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지금 속상해요”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 목소리를 이제는,

나 스스로 들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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