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어른들
사람들과 있을 때, 나는 자주 스스로를 감춘다.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흐리지 않도록,
가끔은 나조차 내 감정이 뭔지 모를 만큼 조심스러워진다.
그 조심스러움은 배려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
혹시라도 관계가 어긋날까 봐.
어릴 때부터 나는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누군가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바로 알아채고,
내 말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을까 늘 복기했다.
칭찬보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같은 말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편하게 웃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배운 건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피할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그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관계의 거의 모든 순간에 작동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관계를 맺는 것보다 끊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써온 것 같다.
상대가 화내지 않도록,
서운하지 않도록,
날 떠나지 않도록.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람 좋은 사람’이 됐지만,
진짜 내 마음은 어디에도 없는 관계를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조심스럽게 바꿔보려 한다.
‘상대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견디며,
그래도 내 마음을 표현해보는 연습.
좋은 사람보다는 솔직한 사람,
편한 관계보다는 진짜 나로 있을 수 있는 관계.
그건 쉽지 않은 길이지만,
적어도 더 이상 나를 잃어가며
누군가를 붙잡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