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어른들
누군가 내게 무언가를 부탁했을 때,
속으로는 이미 ‘아, 좀 힘든데…’라고 느끼면서도
입으로는 늘 이렇게 말해왔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그 순간, 나는 나를 배신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이미 오래된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는 거절이 어렵다.
그건 단순히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거절이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싫다고 하면 실망하겠지.”
“거절하면 나를 덜 좋아하게 되겠지.”
“도움을 거부하면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이겠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떠돌고,
나는 결국, 또 한 번 나를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돌보는 사람이다.
그건 착한 일이지만,
지나치면 자기소멸로 이어진다.
남을 돕는 일에 익숙하지만,
정작 자신은 지쳐 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되면
자기 일과 타인의 부탁 사이에 선을 긋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건 차가운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경계다.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보다
필요할 때 “지금은 어려워요”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신뢰를 얻는다.
나는 이제 나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려 한다.
“정말 이걸 하고 싶은가?”
“이 부탁을 들어주고 난 후에 나는 괜찮을까?”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내 마음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
그건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