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내면아이와 마주하는 시간
가끔, 내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할 때가 있다.
별일 아닌 말에 울컥하거나,
누군가의 무심한 태도에 깊이 상처받거나.
그럴 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지금 이 반응은 어른인 내가 한 걸까,
아니면 어린 시절의 내가 튀어나온 걸까.
우리는 모두 자란다.
몸도 자라고, 나이도 먹고, 역할도 달라진다.
하지만 감정은,
특히 어린 시절 억눌렸던 감정은
그때의 모습 그대로 내면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는 성숙해지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어릴 적 나는 자주 참았다.
속상해도 말을 아꼈고,
무섭거나 외로워도 내색하지 않았다.
부모님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착한 아이여야 사랑받는다고 믿었다.
그 감정들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저 내 안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
어른이 된 지금도 사소한 자극에 되살아난다.
‘내면아이’라는 말이 처음엔 어색했다.
그게 심리학 용어인지, 자기 계발 유행어인지 몰랐다.
하지만 점점 느낀다.
내 안에도 사랑받고 싶어 하는 작은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
그 아이는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
비난하거나 무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그때 정말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해주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도,
과거의 나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릴 적 나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아이의 손을 다시 잡아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외면했던 그 감정들.
그 감정에 깃든 아이의 마음에
이제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