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감정이 내게 남긴 것들

3장. 내면아이와 마주하는 시간

by 일상온도

“나는 부모님에게 크게 혼나본 적이 없어.”

“늘 잘해주셨고, 부족함 없이 키워주셨지.”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사람들 눈치를 과하게 보고,

감정이 요동치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


부모의 말이 문제였던 게 아니라,

부모의 감정이 내게 남긴 감정이 문제였던 것 같다.


어릴 적, 나는 엄마의 얼굴을 자주 살폈다.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으면 말수가 줄었고,

짜증을 낼 때면 조심조심 말을 아꼈다.

표현은 없었지만, 나는 안다.

아이들은 말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하는 존재라는 걸.


아빠는 늘 조용했고, 무심했다.

감정을 크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 무표정한 얼굴이 내겐

‘다가가지 마’라는 경계로 느껴지곤 했다.


부모는 감정을 숨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말보다 감정의 온도를 더 빨리 읽고,

그 안에서 자신을 어떻게 위치시켜야 하는지를 스스로 학습한다.


그래서 나는 감정에 민감한 아이가 되었다.

늘 주변을 살피고, 스스로의 감정을 억제하고,

부모의 기분에 따라 나의 하루 기분이 결정되곤 했다.


그런 감정의 경험은 나도 모르게

지금의 내가 타인의 감정에 과하게 반응하게 만들었다.


상대방이 불편한 눈빛을 보이면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움츠러들고,

내가 무언가 잘못했나 자책하며

상대의 감정을 나의 잘못으로 해석한다.


이제는 알아간다.

내가 느끼는 과잉 반응들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감정답게 받아들이지 못한 시절의 흔적이라는 걸.


부모를 원망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도 그들만의 아픔 속에서 살아왔고,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의 유산을 이대로 물려받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부모의 감정이 내게 남긴 상처를

이제는 내가 다독여주고, 이해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된 나의 역할이고,

내면아이를 위한 가장 단단한 복수이자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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