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내면아이와 마주하는 시간
나는 관계 안에서 때때로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이토록 쉽게 불안해지는지,
왜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지.
가까움이 두렵고, 멀어짐이 아픈 모순적인 마음.
이 감정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항상 어린 시절의 ‘애착’이라는 단어에 닿는다.
애착은 단순히 사랑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세상과 나,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기본값이다.
누군가를 믿어도 되는지,
내 감정을 보여도 괜찮은지,
거절당해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인지
이 모든 믿음은 처음 나를 돌봐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어린 시절, 조심스러웠다.
부모님의 기분에 따라 내 하루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마음보다 상황을 먼저 읽는 아이였다.
울면 안 된다고,
너무 들뜨지 말라고,
화를 내면 버려질지도 모른다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애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랑은 더 이상 따뜻한 감정이 아니라
불안과 긴장의 조건 속에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어렵고,
정말 가까운 관계 속에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애착의 상처는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건 내가 사랑받는 자격을 의심하게 만들고,
관계 안에서 반복적인 상처를 되풀이하게 만든다.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기 싫은 마음.
그 끌고 당기는 감정의 줄다리기 속에서
나는 늘 지쳐 있었다.
이제는 그 연결고리를 천천히 끊어내려 한다.
그건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과거를 정확히 바라보는 일이다.
내가 사랑받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사랑이 늘 불안했던 경험이 있었을 뿐이라는 것.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조금 덜 탓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