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유령신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이야기는 앞에서 살펴본 랍비 전설 ⟨장난 결혼식⟩ 이 아니라 그것을 개작한 슈워츠의 ⟨손가락⟩ 이다(Schwartz 51-54). ⟨손가락⟩ 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16세기 유대 랍비 전설 ⟨장난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물과 사건의 디테일이 상당히 다르다. ⟨손가락⟩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래전 어느 날 밤 사페드(Safed) 시에 사는 세 청년이 산책하고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루벤(Reuven)은 아름다운 부잣집 처녀와 다음날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 보름달이 무척 밝아서 세 청년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숲속 깊은 곳을 지나서 강둑에 이른 청년은 큰 바위 위에서 쉬기로 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은 기분으로 있을 때, 세 사람 중 누군가가 근처에 있는 이상스러운 물체를 보게 되었다.
땅에서 솟아 나온 그 물체는 손가락만 한 크기였다. 청년들은 나무뿌리일 거로 생각하면서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 보니깐 놀랍게도 사람 손가락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다른 날 밤 같으면 청년들은 그렇게 얕게 묻힌 죽은 자를 가엾게 생각했을 테지만, 무척 기분이 들떠 있어서 장난을 칠 생각을 했다. 세 청년 중 누군가가 “이 손가락에 누가 반지를 끼워 줄 거야?”라고 말했다. 루벤은 자신이 제일 먼저 결혼할 사람이니까 자신이 그러겠다고 했다. 루벤이 반지를 빼서 손가락에 끼우고 “그대는 나와 혼약을 맺었습니다.”라고 율법에 따라 세 번 반복해서 말했다. 루벤이 말을 끝마치자마자 끔찍스럽게도 손가락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손가락 전체가 땅에서 불쑥 솟아나서 움찔거리면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다. 놀랍게도 땅이 쩍 가라지는 듯한 큰 소리가 들리더니 돌연히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여자가 땅에서 솟아 나와서 퀭한 눈으로 루벤을 응시하면서 “내 남편!”하고 외치면서 팔을 뻗쳤다. 세 청년은 놀라서 줄행랑을 쳤지만, 달빛이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어두운 숲속을 달리다가 옷이 찢겨 나가고 몸에 상처를 입으면서 달려야 했다. 뒤를 바짝 쫓는 시체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미친 듯이 달음박질쳐서 겨우 마을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전날 밤의 일이 너무도 창피해서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루벤과 신부는 모두 명문가의 자제였기 때문에 결혼식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다. 결혼식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비명이 하객 뒤에서 들렸다. 그곳에는 벌레 먹은 수의를 입은 시체 여인이 서 있었다. 신부와 하객들은 몹시 놀라서 모두 달아나고, 루벤과 랍비 단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평정을 잃지 않은 랍비가 “왜 안식처를 떠나서 산자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요”하고 물었다. 여인은 루벤의 이니셜이 새겨진 반지를 내보이면서 자신이 루벤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루벤은 부들부들 떨면서 시체 여인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두 명의 증인이 있는 데서 결혼 서약을 세 번씩이나 되풀이했다는 말을 들은 랍비는 그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 재판을 열어야겠다고 말했다. 랍비가 혼인이 적법한 것 같다고 말하자, 루벤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며칠 사이에 시체 여인과 결혼한 산 자에 대한 이야기가 마을에 쫙 퍼졌고, 루벤의 아버지는 랍비에게 아들을 구원해달라고 간청했다. 랍비는 명상하고 판례를 찾아보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랍비는 증인과 루벤의 진술을 들은 뒤에 시체 여인에게 요구를 철회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지만, 그녀는 철회는커녕 루벤과 첫날밤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살아있을 때 결혼하지 못해서 알 수 없었던 즐거움을 죽어서라도 누리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랍비는 신랑의 부모를 불렀다. 신랑의 부모는 아들과 부잣집 딸과의 정혼은 두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맺은 맹세라는 사실을 증언했고, 신부의 부모도 그 맹세가 사실임을 증언했다.
증언을 들은 랍비는 세 가지를 근거를 내세워 그 결혼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첫째, 하나의 서약이 그 이전의 서약을 부정할 수는 없다. 둘째, 신랑의 서약이 의도적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다. 셋째, 죽은 자가 산 자에게 소송을 건 선례가 없다. 신부가 산자의 세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 서약은 무효다. 랍비의 판결을 들은 루벤은 긴장이 풀어져서 또다시 기절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결혼할 기회를 얻지 못한 시체 여인이 주변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바닥으로 폭삭 쓰러져서 다시 주검이 되었다.
랍비는 시체를 깊숙이 잘 매장해서 앞으로 똑같은 비극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시체를 매장한 후에 랍비는 인간 신부의 부모를 불러서 중단되었던 딸의 혼례를 끝마치라고 말했다. 마침내 루벤과 인간 신부의 결혼식이 이루어졌다.
슈워츠가 개작한 ⟨손가락⟩은, 사건 중심으로 간략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난 결혼식⟩과는 달리, 단편소설적인 구성 방식을 보인다. 슈워츠가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개작한 ⟨손가락⟩은 인물, 시공간, 사건이 매우 구체적이다. ⟨손가락⟩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루벤’으로 명시되어 있고, 신부가 악령이 아니라 시체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반지 사건이 보름달이 뜬 결혼식 전야로 설정되어 있다. 랍비가 시체신부를 퇴치할 때 이혼장을 써주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법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결혼을 무효로 한다.
⟨손가락⟩은 배경 설정, 인물 구성, 사건 전개에 있어서 ⟪유령신부⟫에 영향을 미쳤다. 남자 주인공이 심약한 소극적인 성품을 지닌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설정된 것, 사건이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결혼 전야에 일어난 것, 이계(異界) 신부가 악령이 아니라 살아생전에 혼례를 치르지 못하고 죽은 시체라는 것, 부모가 자식의 삶에 크게 관여하는 권위주의적인 인물이라는 것, 랍비가 결혼 서약이 산 자들에게만 유효하다고 말하는 것 따위에서 ⟨손가락⟩이 ⟪유령신부⟫에 미친 영향을 읽을 수 있다.
하워드 슈워츠는 자기가 저본으로 삼은 유대전설에는 이류(異類) 신부가 본래 악령으로 설정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공포감을 증가시키려고 '악령'을 ‘시체’로 개작한 것이다. [1] 하워드 슈워츠가 팀 버튼 애니메이션의 저본이 자신의 개작본이라고 주장한 것도 ⟪유령신부⟫에 등장하는 인물이 ‘악령’(demon)이 아니라 ‘시체’(corpse)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2]
[1] Pauline Greenhill and Sidney Eve Matrix, ed. Fairy Tale Films: Visions of Ambiguity, Utah State University Press Logan, Utah 2010, 213면
[2] ⟪유령신부⟫의 원제는 ‘The Corpse Bride’여서 직역한다면 영화명은 '유령신부’가 아니라 ‘시체신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