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는 우리의 마음이자 눈물
몇 해 전 트로트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했다.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한 ‘복면달호’. 2007년 작품이니 벌써 15년 전이다. 얼마 전 그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생겨 찬찬히 돌려 보았는데...그사이 트로트에 무심했던 내가 변한 건지, 세월이 변한 건지….그 당시엔 못 느낀 재미가 솔찬히 있다 ~ ㅎㅎ
제작자인 이경규가 앞서 가도 너무 앞서갔다는, 지금처럼 트로트 광풍이 분 시기에 제작되었으면 혹시 또 흥행 대박을 쳤을지 모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이후에 편견을 버리고 존재를 맞추는 MBC 예능 ‘복면가왕’도 히트를 쳤고, 트로트 전성시대도 왔으니, 예능 대부 이경규로선 조금 배가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TV조선이 트롯맨들의 영상을 재편집해 극장에 걸었던 ‘미스터 트롯 :더 무비’가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열혈 팬들에 의해 순항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복면달호’가 조금만 늦게 제작됐더라면 그 인기는 상당했을 것이다.
갑자기 ‘복면달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트로트에 대한 제작자의 애정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알다시피 동국대 연극영화과 79학번이다. 그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복수혈전’의 실패 이후 두 번째로 제작한 ‘복면달호’는 150만 명을 동원해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그 다음 해 820만을 동원한 ‘과속 스캔들’의 성공으로 5년 뒤 ‘전국노래자랑’도 제작할 수 있었다.
락 밴드 보컬을 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트로트 가수가 된 봉필(차태현)이 소속사 장 사장( 임채무)에게 묻는다.
묵직한 저음으로 트로트의 철학을 진중하게 펼쳐놓는 임채무를 통해 음악은 장르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것임을, 트로트는 위안과 치유의 음악이란 것을 이미 ‘복면달호’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게 트로트는 대단한 정신이나 거창한 철학 대신 사람들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마음에 난 커다란 구멍과 상처를 쓰다듬고 다독이는 반창고로, 보약으로 대중에게 다시 다가온 것이다.
영화 < 복면달호>하면 아무래도 가수로도 활동한 차태현이 열연했던 그 장면 ' 이차선 다리' O.S.T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이차선 다리' 노래 참 괜찮았는데....<사랑의 콜센타>에서 영탁과 비투비 서은광, 이창섭이 함께 불렀던 기막힌 조합... 이차선 다리.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차선 다리>는 주연배우들의 호연으로 다른 단점들이 상쇄되는, 15년이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나름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노래, 코믹 ,인생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펼쳐놓는 제작자 이경규의 열정이 돋보이고 그 안에 인생과 트로트에 대한 메시지가 들어있어 가볍지많은 않은, 하지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리고 무엇 보다 15년만에 다시 본 이영 화가 내 맘을 사로잡았던 것은
봉달호가 무명의 그룹 락커로 활동하는 모습이 왠지 영탁의 15년 무명생활을 보는 것 같아 내내 웃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결국 달호도 성공하고, 영탁도 <미스터트롯> 선으로 우리 곁에 왔으니.. 어찌 영화같은 인생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이차선 다리> 영화 아직 못 본 분들은 시간날 때 한번 정주행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