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장르가 2020년 이후 한국 대중문화계를 뒤흔든 데는 코로나 상황에서 위로·치유라는 국민 정서를 자극한 점이 가장 주효했겠지만, 그간 주류에 못 들고 독자적 시장을 형성해오던 트로트 음악의 퀄리티가 한층 높아진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김지환·‘알고보니 혼수상태’ 같은 젊은 작곡가팀뿐만 아니라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트로트 시장에서 가장 파워 있는 싱어송라이터는 나훈아다. 음악저작권협회에 800여 곡을 등록했고 강진의 ‘땡벌’, 이자연의 ‘당신의 의미’도 작곡했다. 저작권료만 한 달 5000만 원, 일 년 6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다음은 설운도다. ‘쌈바의 여인’ ‘여자여자여자’를 작곡했고 후배들에게 꾸준히 곡을 준다. 임영웅에게 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로 지상파 방송 1위를 기록한 최초의 트로트 싱어송라이터가 됐고, 최근 컴백한 신유에게도 곡을 줬다.
영탁 역시 가요계에서 인정받는 싱어송라이터이다. 2009년 그룹 엘클래스 데뷔 곡 ‘가지 말라고’를 직접 작곡했고 박지(ParkG) 시절 ‘히든싱어’ 출연자 박민규, 조현민에게 곡을 작곡해 준 사실은 유명하다. 영탁의 작곡 실력이 주목받은 건 2016년 트로트 가수 데뷔 이후 2집 ‘니가 왜 거기서 나와’가 히트치면서부터다. ‘무한도전’의 유행어에서 착안해 만든 이 곡으로 인정받고 여세를 몰아 ‘미스터 트롯’ 선까지 차지했다.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영탁의 곡은 총 24곡으로, 11곡은 지난해 ‘미스터트롯’ 경연 이후 발표됐다. 영탁의 모바일폰에는 이미 작사,작곡한 노래들이 100여 곡 넘게 빼곡하게 들어있다는 절친 래퍼 아웃사이더의 말대로 그는 아이디어 뱅크다. 김희재를 섹시한 아이돌로 만들어버린 ‘따라따라와’로 ‘트로트계 JYP’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영탁의 팬들은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 실력과 퍼포먼스, 작곡 실력, 팬과의 소통력을 영탁의 매력으로 꼽는다. 트로트 열풍에 기댄 반짝스타가 아니라 오랜 노력과 수련을 통해 정제된 내공이 깃든 점도 기대요인이다.
최근 펩시콜라의 ‘2021 펩시테이스트오브코리아’ 마지막 주자로 영탁이 선정된 건 젊은 세대에도 어필하는 뮤지션으로서 창작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로트는 글로벌 무대에서 K-Trot로 소개될 만큼 변하고 있으며, 실력 있는 뮤지션을 선호하는 팬들이 팬덤 3.0시대와 트로트 팬덤을 주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