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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냥이 Oct 30. 2022

슬기로운 팬덤생활 : 조공대신 기부

서울숲  영탁과 장민호 벤치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 가사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우리가 누려온 평범한 나날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알게 되다니....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믿음이 계속 대답 없는 메아리이다. 활기 잃은 대학 캠퍼스를 보고 있자니 코로나19 시대 MZ세대의 무기력증이 우리 사회 전반을 크게 뒤흔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 장기화는 문화예술계의 지형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팬덤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팬덤 문화 중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하는 의미를 넘어, 부담스러운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팬,곧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무리하거나 스타를 기쁘게 하고 자신도 좋기 때문이란 명목으로 합리화되고 있었던 '조공문화'. 

‘조공’은 원래 속국이 대국에 바치든 재물·행위를 일컫는 부정적 뉘앙스가 있었던 만큼 어느 순간 ‘선물’이라는 순수한 의미가 변질돼 다른 팬덤과의 경쟁,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기를 살리기 위함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막대한 부작용이 팬클럽 문화에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몇 해 전 아이돌 그룹 멤버가 SNS에 고가 명품시계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었고 최근 인기 걸그룹 멤버의 생일선물을 위해 회원들이 게시한 고액의 명품 선물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팬으로서는 금액을 떠나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전하는 것이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맹목적 경쟁을 부추기는 선물은 슬기로운 팬덤 문화의 퇴보를 가져온다. 오늘날 ‘스마트 팬덤’은 좀 더 의미 있는 기부 문화로 진화한다. 팬 공동체는 조공을 대체하는 새로운 용어인 ‘사회적 기부’나 헌혈증이나 장학증서같은 ‘선한 영향력의 기증 문화’로 진화시키고 있다. 


빠른 속도로 아이돌 팬덤을 학습하고 있는 트로트 팬덤도 마찬가지다.

이 조공 문화가 트로트 팬덤문화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  선한 영향력의  기부 문화  예를  들어보자.  

서울숲 공원에  시민들이  앉는 의자를 기부하는    ' 그린 트러스트(Green Trust)  제도 ' 

산책 나온 시민이 앉을 벤치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이름으로 기증함으로써 기부 문화를 실현한다.  지난 5월  영탁 팬 코발트블루오탁은 서울숲 공원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벤치를  5년간 입양해 영탁의 이름으로  기증했다.  


그 외에도 영탁이 인터뷰한 시사매거진 신동아  8월호를 대량 구매해 전국 도서관과 영탁의 모교에 기증하고,  영탁이  광고모델로 활약하는 음료,푸드,세제와 같은  제품을 사서 어려운 이웃이나 시설에 전달하는 아름다운 동참이 이어진다. 투표 응원 앱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저소득층 영유아 수술비로 쓰인다. 영탁을 비롯한  탑6 역시 활발하게 기부 문화에 동참하고 있으며  팬들의 정성에 감동한  이들은  때론  팬들에게 선물을 하는   ‘역조공’ 문화도  일고 있다.  


선물이 늘 팬에서  스타에게만 향하란 법은 없다. 

이제 값비싼 선물을  주는 것으로  느끼는  ‘내 스타 내가 최고로 만든다’는  개념에서  한 발 나아가 스타 이름값에  걸맞은 선한 행동을 통해  기부에 인색하고,  코로나로 인해  기부 참여율이 저조해진 지금,  얼어붙은  우리  사회도  바꿀 수 있는  파워를  우리, 팬들이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시대 팬덤은 이렇듯   상생의 시대, 공유의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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