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이면 구순을 앞두고 있는 우리 오마니가 왜 하루종일 <미스터 트롯> 만 보고 있는지 ...
난 안다.
<미스터 트롯>은 우리의 아스라히 사라져간 기억 속의 아련한 첫사랑을 소환했고,
장가 안가고 버티는 미운 우리 새끼와 컴퓨터 게임과 핸드폰에 빼앗긴 손주를 돌려주었으며
싹싹하고 바르게 잘 큰 아들과 사귀고 싶은 동네 오빠와 자상한 귀요미 남친 ,
반듯하고 탐나는 사위에 대한 대중의 판타지를 채워주었다.
판타지의 기능 중 하나인 치유의 기능을 십분 발휘해 평범한 일상을 박탈당한 대중에게
노래 한 곡으로 위로와 힐링을 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들의 지나친 반복 출연과 무수한 재방송 속 모습들이 용인이 된다.
이러한 예쁘고도 참신한 종합선물세트를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세씨봉 형님들이 직접 글귀를 새겨 이들에게 트로피를 준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나도 주고싶다, 트로피...
자꾸 이런 맘으로 쓰면 사심 평론 되는데 .... 우띠.. 미스터 트롯은 요기까지....
종편발 트로트 열풍이 뜨겁다.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이 종영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그 뒤를 이은 ‘사랑의 콜센터’와 트롯맨 F4의 ‘뽕숭아학당’은 평균 시청률 15%대를 기록하며 수·목 예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TV조선은 트로트 100년사를 기념하는 트롯 어워즈까지 만들어 한가위 명절에 특별편성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이 열기에 편승한 지상파는 ‘트롯 전국체전’‘트로트의 민족’ 등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양산해내는 추세다.
이렇게 ‘트롯이 대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1993년 김수희의 ‘애모’로 시작해 2004년 장윤정의 ‘어머나’ 이후 이렇다 할 대중적 히트곡 없이 고속도로와 전국 행사장, 노래교실에서만 들리고 불리던 성인가요 트로트가 변방에서 중앙으로 진출하게 된 데는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처럼 EDM 트로트 등 혼종이 등장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를 시작으로 트로트가 젊어졌기 때문이다.
10대는 노래방에서 ‘진또배기’를 부르고, 50대는 ‘신사랑 고개’를 부른다. 이처럼 장르·세대 초월 크로스 현상은 트로트가 국민대화합에 일조했다는 우스개까지 만들어냈을 정도다.
‘미스터 트롯’이 배출한 새로운 팬덤의 탄생도 큰 몫을 했다. 영탁과 장민호는 무명 시절을 10년 이상 버텼거나, 다른 장르에서 옮겨온 사연 있는 출연자들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을 각 잡힌 아이돌 군단처럼 만들고 각자 개성인 큐티, 섹시, 풋풋, 발랄 등 포지션을 부각한 스타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50대 이상의 팬은 아이돌 팬처럼 음원 스트리밍, 어플 투표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중장년층 소비 욕구를 통해 팬덤을 확대했다. 평범한 일상마저 박탈당한 허전한 마음을 대체할 그 무언가를 사람들은 트롯맨에게서 찾았다.
지난 8월 열렸던 ‘미스터 트롯’ 서울 콘서트에서 마주친, 단체 응원복을 입고 온 중년 팬들의 응원 문구가 생각난다.
“방탄소년단 뒤에는 아미(ARMY), 너의 뒤에는 에미(AMUI) 그리고 할미(HALMI)도 있다.”
아미를 넘어 애미와 할미까지, 트로트 팬들은 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