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서 팬덤 연구는 1980년대 존 피스크를 지나 헨리 젠킨스에 이르러 그의 저서 ‘텍스트 밀렵꾼들’(1992)을 통해 ‘미디어 소비 경험을 새로운 텍스트, 새로운 문화, 새로운 공동체를 생산하는 경험으로 바꾸는 참여 문화’로 정착했다. 젠킨스는 팬이 매스 컬처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이데올로기를 수정할 수 있다고 이미 주장한 바 있다(마크 더핏 ‘팬덤 이해하기’ 2016).
아이돌 팬덤 문화가 트로트 장르로 확산되면서 팬덤 양상 또한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그중 하나가 디지털 매체를 통한 ‘보이콧(Boycott)과 성명 운동’이다. 지지하는 대상에 대해 팬 아트를 구현하거나, 디지털 아카이빙을 구축하고, 창작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부당한 사태에 대해 집단 지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결국 ‘스마트한 트로트 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8년 소속사의 무리한 스케줄에 팬들이 아티스트 처우를 개선해달라며 벌인, 마마무의 공연 보이콧은 결국 공연이 취소돼 팬에 의한 성공적 보이콧 사례로 기록됐다. BTS 팬클럽 아미는 ‘우익 여혐’ 성향 일본 작사가와의 협업에 보이콧 성명문을 내, 소속사가 사과문을 올리게 했다. 연애 마약 등으로 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멤버에 대한 지지 철회 사례들도 있다. 팬은 자신이 만든 스타라는 성역을 가꾸고 만들어나가는 정원사(Gardener)가 된 것이다. 현명한 스마트 팬슈머, 다시 말해 강준만 교수의 말대로 신개념 정치적 소비자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급증한 트로트 팬을 겨냥한 모바일 응원 앱들의 경우,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58세대가 합류하면서 경쟁 각축장이 됐다. 투표 경쟁이 과열되고 내 가수를 1위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심리를 이용한 과도한 상술이 부각되자 영탁의 팬들은 그 중 하나인 트롯픽 앱 커뮤니티를 대거 탈퇴했다.
현명한 팬들은 집단 지성을 활용해 문제점을 찾고, 팬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상업적 태도에 반기를 들고, 휘둘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팬덤에서는 아티스트도, 팬도 함께 진화하고 성장한다.
아티스트의 재능만으로 평가받고 지지하는 성숙한 팬덤의 완성.
어쩌면 그 것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