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르만* 왕궁 안, 왕비의 침실에서 울음에 가까운 비명소리가 몇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제르만 - 에크나르프와 경계를 두고 있는 왕국. 마녀에 호의적인 에크나르프와 달리 마녀를 박해하고 있다.
침실 앞을 서성이며 한숨을 멈추지 못하던 왕의 마음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며칠 째 식사를 걸렀음에도 여전히 입맛은 없었고, 오히려 구역질이 나서 참는 게 힘들었다.
“응애! 응애!”
“!!!”
조용한 침실 안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퍼졌고, 그 순간 감추지 못했던 불안한 발걸음도 멈췄다.
왕비를 모시던 여관이 나와 기쁜 소식을 알렸고, 왕은 긴장감과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침실로 들어갔다.
그는 침대에서 힘없이 숨을 고르고 있는 왕비의 곁에 다가가 아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내 아기를 안아 들고 머리카락, 눈동자, 손과 발 등을 먹먹한 표정으로 살피고 가벼운 숨을 내쉬었다.
“... 고생 많았어.”
“.........."
“... 이름을 지어줘. 네가 지은 이름으로 부를 테니.”
왕은 유모에게 아기를 맡기고 모두를 내보냈다.
왕비는 불안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 약속은 지킬게.”
“!”
“이제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야.”
왕비는 이미 알고 있었던 때가 다가왔음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태어난 생명을 마주하고 보니 삶에 좀 더 욕심이 난 탓일까.
왕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원했지만, 미동도 없는 그의 말과 표정에 왕비는 엎드려 울었다.
일주일 후, 제르만 왕국에 국상이 치러졌다.
출산한 왕비가 급격히 몸이 안 좋아져 세상을 떠난 것이다.
수도 내의 모든 상점들은 사흘간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고 애도를 했다.
(2)
마녀가 왕을 처음 만난 건, 국경 근처의 한 숲이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멸시를 피해 먼 곳에서 이웃 난쟁이들과 함께 살고 있을 때였다.
첫눈에 반했다며 청혼하는 그를 외면했지만, 그는 마녀를 왕비로 삼아 본인의 모든 것을 주겠노라 약속했다.
신하들은 하나같이 반대했다.
일국의 왕비를, 다른 나라의 공주나 제르만의 귀족도 아닌 ‘평민’이라는 신분조차 없는 마녀를 세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난리가 났다.
나라의 위신, 국제적 망신, 국가의 해가 될 존재.
귀족들은 모든 이유를 걸고서 마녀를 막아섰다.
“보라색 머리라니.. 그런 머리 색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노기를 띤 백작의 말에 마녀는 머리칼을 만지작 거리며 입술을 살짝 물었다.
‘이거 난쟁이들이 따준 꽃과 과일로 염색한 건데..’
그러나 이미 사랑에 빠진 왕은, 신하들의 반대에도 끝내 왕비로 세웠다.
이후에도 마녀는 끊임없는 헛소문과 모략에 시달렸지만, 그 모든 게 왕비로서의 행보와 역량이 아닌 출신 때문이었다는 건 꽤나 치사한 일이었다.
사람이 아니라서, 마녀라서, 평민도 있는 그 흔한 ‘신분’이 없어서.
제르만 왕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라서.
그들 모두 마녀에게 자신들이 주지 않은 것에 대해 가지고 있지 않다며 화를 냈다.
애초에 마녀를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규정지은 건 그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