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집 한 채가 오롯이 불에 타던 날 집 주인은 그날 밤 죽고 개는 검게 그을린 채 집터 근처에 앉아 연신 상처만 핥았다. 집이 포크 레인에 쓸려나가는 몇 날 동안은 사람들 꽁무니마다 따라 걸었다. 점점 거무죽죽해지는 개에게 우리들은 돌멩이를 던졌다. 개는 뒷걸음치다 말고 우리를 향해 한참 서 있었다. 돌멩이를 든 우리들 중 누구도 털에 덮인 개의 눈빛을 읽을 수 있는 아이는 없었다. 그건 언제든 친구를 만들거나 배반하는 이유가 되었고 우리는 저마다의 악몽을 차근차근 실현해나갔다. 어디선가 컹컹 개짓는 소리 들리고 누군가 불타는 집으로 자꾸만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