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숙 Dec 05. 2023

일기예보

일기예보  

   

나무와 비에 대해 쓰려면

그의 그림자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창백한 분홍의 살구나무가 태양을 짊어진 채 견디는 고통이  

우리가 꿈꾼 일의 배후와 무관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유일한 도리는 과감한 낙하였을 것이다. 


살얼음처럼 얼어가는 별들이 부서지는 깊은 숲

서로의 붉은 목덜미를 부비는 새들  

죽은 새의 깃털을 뽑아 서로의 눈을 찌르는 

영혼이라든가 마음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차가운 그의 몸을 닦고 머리를 천천히 빗질했듯

만날 수 없는 우리의 어깨를 쓸어내려주길   

  

백열한 살쯤 산 것 같은 밤은 

뜨겁고 집요하고 혹독하기까지 한 것의 차지였고

언제까지나 하나의 메아리만을 불러냈다.

화단의 천리향 잎들 검게 얼어갔다.  

   

손에 쥐면 바스러질 봉오리 끝마다 온통 핏빛인 아침

나는 그날의 강가에서 듣지 못했던 깊은 물소리를 들었다. 

    

흙은 붉고, 검은 나뭇가지는 투명한 물방울을 자꾸만 매달고 

목적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또 실패하는 중이었다. 


그는 웃는 얼굴이 예쁘지

나는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한다. 

이전 11화 습기의 내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