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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숙 Dec 05. 2023

인형의 집

인형의 집     


     

  친척 집 대부분은 우리 집보다 잘 살았고 가끔 잘사는 친척집 거실에 앉아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금빛 띠를 두른 유리잔에 비친 햇빛이 사금처럼 조각조각 반짝였다.

  그 빛 속으로 손바닥을 쥐었다 펼쳤다 하는 동안 어른들의 말이 거실 천정으로 떠다녔다.     

  어떤 스님이 그러는데 얘가 세상 갑부 부럽지 않게 산다네요     


  목에서부터 실밥이 터지고 동그란 단추 눈 하나 툭, 떨어졌다.

  엄마 얼굴에 번지는 얼룩과 친척들의 뜯어보는 눈빛 손바닥 손금들을 끊으며 굴러 떨어지는 햇빛조각들


  거실 귀퉁이에 기대앉은

  눈이 마주치고도 마음을 들키지 않는    

  

  때때로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친절하게 말하는 법을 잊게도 했다.  

    

  집에는 숨을 곳이 없었다. 

  비가 퍼붓고 벽지가 불룩해지는 방에서 둥둥 떠다니다 가라앉으면 물결 위로 흔들리는 그림자      


  왜 나를 구해주지 않는 거지? 

  나는 그걸 처음으로 영혼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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