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숙 Dec 05. 2023

메아리의 형태

메아리의 형태    

      


여자는 동네에서 물반피라 불렸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동네 개울로 나와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던   

  

저녁 답에는 개울에 나가지 말거라 물에 홀리면 돌아올 수 없다 할머니 말에도 아이는 대문 뒤에 숨어서 멀리 개울 쪽을 훔쳐보았다 좁은 대문 틈 사이로 저녁 하늘은 점점 붉어지고 물의 목소리 점점 크게 들리고 저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느라 아이는 밤새 열을 앓았다    

  

강당에 울려 퍼지는 노래를 망쳐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는 입만 벙긋거렸다. 높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빛을 곁눈질 할 때 순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몇 개의 모음이 터져 나왔다    

  

강물 위를 몇 번 튕기다 돌멩이는 가라앉고 아이는 뭔가 중요한 걸 알아차린 듯 했다 강물에 풀어져 어둑어둑 밤이 번져 가는데 중요한 것은 여전히 중요한 채로 모든 것이 그 속으로 흘러들었고      


물은 어디서든 흘러나왔다 

이전 13화 인형의 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