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숙 Dec 05. 2023

타워에서

타워에서


      

  나는 너무 일찍 태어났고 너는 너무 늦게 태어났다. 그리고 빨리 늙어버렸다. 읽어보지 않고도 이미 읽은 것 같은 책들처럼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 줄 거라는 믿음 역시 언젠가 우리는 결국 서로를 잃게 될 거라는 

첫 예감만큼 단단하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구름은 흐르고 나무는 자라고 돌은 둥글어지고, 어둡고 아름다운 언어로 거짓말을 하고, 꼭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던 말은 누구도 하지 않고     

  그런 저녁의 끝 무렵에서는 나의 감정들이 별스러울 것 없다 잊고 살겠다 싶어진다. 넓고 깊은 강이 조금씩 물결을 뒤채며 흘러갔다.

     

  어디서 번져 나오는 건지 스스로 서늘해지는 어둠도 지나 언젠가는 백발이 성성한 채 낡은 의자에 앉아  

  구부정한 그림자 하나가 빈 벽을 건너가는 걸 보게 될 

  나는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을이 번져가는 강 건너 나무들이 잠시 한 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을 보았다.

     

  전망대 유리창에 빗방울이 흘렀다.우리는 제각각의 고통을 완성하기 위해 타워를 내려왔다.     

  시작된 일은 멈출 수 없었다. 타워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조금씩 닮아 있었다.

이전 09화 건널목 옆 정류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