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by
김지숙
Oct 8. 2024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들
나는 공기 속을 무질서하게 돌아다녀요
당신 그림자가 나무 아래에서 잠시 흔들리면
내가 당신을 몰래 안아 본 거예요
당신이 반짝이는 무언가에 눈을 비볐다면
멀리 외딴 은하 작은 행성의 까만 돌멩이와 얽혀있는
내 눈동자와 마주친 거죠
꿈속의 입맞춤이 아팠나요?
그건 우리가 붉은 덩굴장미와 얽혀있기 때문이죠
당신에게서 당나귀 긴 속눈썹 너머 깊은 우물이 보이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나에게 휘말리는 게 두려운가요?
내가 당신을 망칠 것 같은가요?
난 무언가를 망칠 아무 힘이 없어요
푸르스름한 대기 속에서 이유 없이 혼자 슬플 뿐
당신을 알아보았을 뿐
다만, 당신이 온전히 고통받기를 바라요
당신을 위로할 수 없어요
그건 당신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니에요
난 그저 당신에게서 보고 싶을 뿐이에요
당신의 젖은 발목을 데리고 푸르스름 저녁에 물든 얼굴로
나를 알아보길 환히 웃길
비가 몰아친 다음 날처럼 누군가는 사랑을 완결할지도 몰라요
고요한 초록 저수지, 새 한 마리가 그려진 우표
관리비를 내고 책을 읽고 화분들에 물을 주어야 한다는 여러 생각들 속에서도
당신은 어렴풋이 떠올리곤 하죠
기차가 떠나요
두 사람이 있고 두 사람은 끝나지 않는 말 잇기 놀이를 하고 있어요
나무-무아-아침-침묵-----심장-장미-미소----절망-망미-미명---
아직 망쳐버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한 문장이면 족해요
keyword
나무
행성
그림자
6
댓글
1
댓글
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지숙
직업
시인
김지숙 /storyflower의 브런치입니다.
팔로워
8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섬세한 사람
외계인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