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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못소 Jun 01. 2019

불필요한 장면? 필요한 장면? 어떻게 구분할까

소설은 장면의 연속이다. 


주인공이 걷는 장면 - 주인공이 행인과 부딪히는 장면 - 주인공이 밥 먹는 장면 - 주인공이 식당을 보며 생각하는 장면 - 주인공이 전화를 받고 놀라는 장면...


연속된 장면이 모이면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곧 소설이다. 그래서 주인공의 행동과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쓰면 소설이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장면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잠깐 나온 예시를 보면, 주인공의 작은 행동까지 다 나열되어 있다. 이와 같이 쓸 경우, 주인공을 자세히 묘사해 주인공을 강조할 수 있지만, 큰 사건의 진행 속도는 느려져 자칫 지루할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 진행 속도 + 인물에 감정이입 + 정보 전달, 크게 3가지를 고려해서, '불필요한 장면'과 '필요한 장면'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만약 A장면이 '불필요한 장면'이라면, 작가가 아무리 쓰고 싶은 내용이라도 과감하게 생략해야 한다. 반대로 B 장면이 '필요한 장면'이라면, 작가가 정말로 쓰기 힘들어 생략하고 싶은 장면이지만 그대로 꼭 써야 한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장면'과 '필요한 장면'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어떤 장면도 '불필요한 장면'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장면이 '필요한 장면'이라는 뜻은 아니다. 전체 이야기 분량과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같은 장면이라도 '불필요'가 될 수 있고, '필요'도 될 수 있다. 말장난 같지만, 예시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 1만 자 소설과 10만 자 소설 ■

위 예시에 나온 '주인공이 걷는 장면'이 있다고 할 때, 이 장면은 '필요한 장면'일까? '불필요한 장면'일까?


1만 자 소설이라면, '불필요한 장면'일 가능성이 크다. 1만 자는 정말 짧은 분량이라서, 핵심만 말하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주인공이 걷는 장면'처럼 상징적인 의미가 없고, 생략해도 이야기 진행에 문제가 없는 장면은 '불필요한 장면'으로 구분하고,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10만 자 소설에서는 '필요한 장면'일 가능성이 크다. 10만 자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걷는 장면'이 상징적인 의미가 없고, 생략해도 이야기 진행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도 '필요한 장면'이라고 구분하는 이유는 '분량'때문이다.


분량이 길어지면, '분량 채우기 위한 장면'이 필요해진다. 이는 시간 끌기 용도라서 '불필요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긴 분량의 소설에서 '분량 채우기 위한 장면'은 '필요한 장면'이다.


이상적인 소설을 떠올려보자. 분명 긴 분량만큼 사건 역시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이상적인 소설을 쓸 수 있지는 않다. 개인적인 일, 촉박한 마감, 아이디어 고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기대만큼 소설이 써지지 않을 것이다. 이때는 당장 분량 채우기 위한 장면을 쓰게 되는데, 이럴 때는 '분량 늘리기 위해 쓰는 아무 의미 없는 장면'이 '필요한 장면'이 된다.


더불어 분량에 비해 사건 복잡도가 낮다면, 이때 역시 '분량 늘리기 위해 쓰는 아무 의미 없는 장면'이 '필요한 장면'이 된다. 이런 소설은 핵심 사건만으로 목표 분량을 채울 수 없다. 그래서 '분량 늘리기 위해 쓰는 아무 의미 없는 장면'을 넣어 분량을 채워야 한다. 이런 경우, '주인공이 걷는 장면'처럼 아무 의미 없는 장면도 '필요한 장면' 역할을 한다.




■ 6만 자 로맨스+성장 소설과 6만 자 성장+로맨스 소설 ■


같은 분량의 소설이 있다. 장르도 비슷하다. 하지만 주요 메시지가 다르다. 여기서는 '주인공 둘이 사랑 표현하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 '6만 자 로맨스+성장 소설'은 '로맨스'가 주요 메시지이다.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니, '주인공 둘이 사랑 표현하는 장면'은 '필요한 장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두 번째 '6만 자 성장+로맨스 소설'은 '성장'이 주요 메시지이다. 이때는 '주인공 둘이 사랑 표현하는 장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장면이 '성장' 메시지에 도움이 되는 장면이라면, '필요한 장면'으로 구분하여 소설에 쓰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성장' 메시지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라면, '불필요한 장면'으로 구분하여 생략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 판타지 소설과 현대 소설 ■


마지막 예시는 장르가 다른 두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과 현대 소설의 다른 점은 '세계관 설명' 유무이다. 현대 소설은 독자가 살고 있는 시대를 그대로 가져와 쓰기 때문에, '세계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판타지 소설은 소설 속 세계의 규칙, 문화, 특징 등을 설명해야 한다.


장르가 다른 두 소설의 경우, 같은 장면이지만 다른 역할을 한다. '주인공이 걷는 장면'은 글자만 보면 특이점이 없지만, 판타지 소설에서는 독자에게 도시 풍경을 보여주면서 간접적으로 소설 속 세계의 문화를 알려줄 수 있다. 이와 같이 평범한 장면이지만 '정보 전달' 역할을 한다면, 그 장면은 '필요한 장면'이 된다.


반면 현대 소설에서 '주인공이 걷는 장면'이 '정보 전달'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경우에 따라 '정보 전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불필요한 장면'일 가능성이 높다.





크게 3가지 예시를 통해, '불필요한 장면'과 '필요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같은 장면이라도 상황에 따라 '불필요한 장면'이 될 수 있고, '필요한 장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장면의 필요 여부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이다.


장면의 필요 여부가 고민된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는지 고민해보자. 소설의 의도가 명확할수록 장면의 필요 여부가 쉽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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