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지 않지만 소설가가 된 이서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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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 안 읽는데, 글을 어떻게 쓰죠?
글 코칭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먼저 하자면,
책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흔히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글을 못 쓴다. 여기서 글을 못 쓴다는 의미는 필력의 유려함이 아니다. 문장 하나를 완성하지 못하고, 책 한 권을 일 년 내내 완성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55세인 어머니는 첫 책을 썼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긴 소설책이다. 어머니는 책을 읽지 않고, 맞춤법도 잘 모른다. 그런 어머니도 글을 썼고, 출판까지 했다.
반면 매달 수십 권의 책을 읽은 60대 노부부는 여전히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9월에 노부부는 내 강의를 들으러 왔었다. 매달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있고, 노안으로 글을 빨리 읽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책을 읽지 않는 55세와 매달 수십 권을 읽는 60대 노부부.
왜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책을 썼고, 수십 권을 읽는 사람은 책을 못 쓰고 있을까?
둘의 차이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아는 것이 독(毒)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전문 평론가만큼 보는 눈이 생긴다. 대다수가 좋다고 말하는 글을 냉정하게 비판하고, 작가의 글을 엄격하게 바라본다.
남의 글을 엄격하게 보던 사람은 과연 자신의 글은 어떻게 바라볼까?
당연히 남의 글보다 더욱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남이 잘 썼다고 해도, 자신의 맘에 들지 않고,
좋아하는 작가처럼 쓰지 못하니, 글을 못 쓰게 되는 것이다.
반면 책을 안 읽으면 글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에,
글 쓰는 걸 쉽게 접근하고, 글을 쉽게 쓴다.
그래서 내 코칭을 받는 사람 중에,
책을 많이 읽고,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람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많이 알면 알수록 글을 어렵게 생각하고, 편견을 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고 싶다면,
글 쓰는 방법을 배우지 말고, 바로 글을 적기를 바란다.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적다 보면
금세 훌륭한 글이 완성된다.
그다음에,
더 좋은 어휘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의 책을 봐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