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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못 쓰는 소설가 Nov 14. 2017

어른이 될수록 글을 못 쓴다

글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법을 배우는 동안, 생각 쓰는 법을 잊어 버렸다

http://www.podbbang.com/ch/13898?e=22412496


중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처음 시작한 야호 작가님. 

수업 첫 날 부터 멘붕이었다.


글을 못 쓸까봐 걱정이었는데, 참여한 아이들 모두 수업 첫날 글을 다 써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진도를 나갈지 난감한 것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학생 모두 글을 써버려서, 난감해 하다는

약간은 부러운 고민. 




매주 하는 글쓰기 강의나 기업 강의에서는 참석자가 항상 어른이다. 그러다 보니 10대의 글쓰기를 잘 몰랐다. 이번 팟캐스트를 야호 작가는 고민이라고 했지만, 듣는 나는 내심 부러웠다. 


어른에게 글쓰기란 어렵고, 엄숙한 것이고, 전문가 영역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강의 내내, 코칭 내내, 어렵다는 착각를 버리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이 착각을 내려 놓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글 쓰는 시간이 길어진다. 


반면 아직 책이 어렵지 않은 10대는 버릴 착각이 없다.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면 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말이다. 


야호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어릴 때를 떠올려 봤다. 처음 시집을 읽었을 때, '나도 이런 거 쓰고 싶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몇 자 끄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언제부터 글을 어렵게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어른인 우리는 언제부터 글을 어렵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돌이켜 보면 고등학교 쯤에는 글을 엄격하게 봤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대로, 문장을 분석하고,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찾으려 했다. 마치 국어 시간에 형광펜을 밑줄치고, 내포된 의미를 필기한 것처럼 말이다. 


어느새 글은 작가의 의도를 은근히 숨겨야 하고, 단어 하나도 곱씹으며 써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야 잘 쓴 글이고, 그렇지 않은 글은 정식 문학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책을 쓰는 방법 보다 글을 분석해서 읽는 방법을 먼저 배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분석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다 보니 비평하는 건 익숙하지만,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법을 잊어 버리는 지도 모른다.


학교 수업의 영향은 다른 곳에서도 눈에 띈다. 영어를 배우며, 문장을 해석하고 독해를 자주 한다. 

그래서 한글을 쓰는 것보다 영어 문장을 번역해서 쓴 적이 더 많다. 


학교에서 번역하던 버릇은 글 쓸 때도 이어진다. 몇몇 문장을 습관적으로 번역투로 쓰는 것이다. 

지금은 여러번의 교정교열을 받으며, 번역투 보는 눈이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습관적으로 나온다...)

첫 소설을 교정교열을 받을 때, 새삼 충격이었다. 


한글 문장인 줄 알았는데, 대부분이 번역투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의무 교육 12년 동안, 우리는 글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법을 배운다. 

(영어 번역투도 배운다)


교육을 다 받고, 내재화가 되고 나서, 

글을 쓰려다 보니, 글 쓰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글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법을 배우다, 생각 쓰는 법을 잊어 버린 어른



어쩌면 어른이 될수록 글 쓰는 것이 어려워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ps. 글 못 쓰는 소설가와 대화하고 싶은 분은 카카오톡 "이야기제국"으로 대화걸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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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지만 글 못 쓰는 소설가. 제천에서 작가, 강사, CEO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문의 : 카카오톡 @이야기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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