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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못소 Feb 24. 2018

완벽한 얼굴

제 8 회 글못소의 날 : 최면



















완벽한 얼굴


쌍커플이 없는 눈, 듬성듬성 난 눈썹, 두꺼비 같은 입술, 주근깨가 촘촘히 난 볼, 부스스한 반곱슬 머리, 구부정한 어깨, 무채색 옷차림. 

2018년 1월에 20살이 된 현재의 내 모습이다. 이 얼굴로 대학에 가면 분명 찌질한여자로 찍힐 것이다. 남들은 길거리 헌팅 당하고, 클럽에서이성이랑 놀고, 남자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을 SNS로 올리겠지. 그런 20대를 보낼 수는 없었다.나도 남자친구를 만나고, 기념일을 챙기는 20대를보내고 싶었다. 

“엄마 이대로는 안 되겠어. 성형수술 시켜줘.”

163에 50키로, 50대로 보이지 않는 긴 생머리와 쌍커플진 눈. 현재 활동 중인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예쁜 엄마는 거실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청순한 여성의 품위있는 취미 생활로 보이다니, 딸인 내가 봐도 엄마는 예쁘다. 

“지금도 예쁜데, 무슨성형 수술이야.”

“엄마는 딸이라서 그렇지. 아무리좋게 봐줘도 매력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구만.”

“진짜 예쁜데, 너는 사람말을 안 믿어.”

“됐고, 성형 수술 시켜줘. 부모가 되서 말이야. 낳았으면 AS를해줘야지!”

엄마는 어이없이 쳐다보고는 대꾸없이 뜨개질에 집중했다. 그렇다고 포기할내가 아니지. 나는 바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


“장예지님. 수술실로 들어갈게요.”

일주일 단식 투쟁으로 얻어낸 성형 수술을 드디어 한다. 견적 낼 때의사가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이얼굴로 평생 찌질하게 사는 것보다 대수술을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나는 수술하고 얼굴에 붕대를 한채, 한 달 입원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붕대를 풀었다.



매직으로 핀 긴 생머리, 주근깨가 사라진 하얀 볼, 촉촉한 입술, 하늘로 솟은 오똑한 콧대, 풍성한 속눈썹. 매시간 거울을 봐도 예쁜 이 얼굴이 나라니, 정말 거울보는 재미가 있다. 

“너는 진짜 자존감이 좋다. 자기얼굴을 그렇게 까지 좋아할 수가 있지?”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대학교 OT에서 옆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친해진 유진은 신입생 외모에서1등한 여자다. 나는 당연히 1위일 줄 알았는데, 공개된 상위 3명에서없었다.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예쁘다는 사실이바뀌는 건 아니니, 아량이 넓은 부끄러워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외모 1등을 한 만큼 유진은 단아하게 예쁘다. 동양적인 얼굴에 우수어린 눈망울은 사연있는 여자처럼 보였다. 그런데유진은 자기 얼굴을 좋아하지 않았다. 평범한 얼굴이라서 매력이 없다며 싫다는 말만 한다. 만약 내가 유진의 얼굴로 태어났다면 성형을 하지 않을 텐데, 유진은자기 얼굴의 가치를 전혀 못 느끼고 있었다. 

“어, 박 한이다.”

유리창 밖을 보던 유진이 중얼거렸다. 180이 넘는 박 한은 다른남자들과 지나가고 있었다. 키가 커서인지 무리 중에 유독 튀었다. 키는키지만 평범한 얼굴이라 인기투표에서 박 한을 안 뽑았는데, 유진을 포함한 대부분은 박 한을 뽑았다. 그래서 남자 외모 1등이 되고, 곧과 대표까지 된 인기인이었다. 

“그러게. 키만 멀대처럼커서 멀리서도 잘 보이네.”

“무슨 키만 커. 너는자기 얼굴은 찬양하면서, 다른 사람 평가할 때는 냉정하더라.”

“사실을 말한 건대 뭐.”

나는 높게 평가하지는 않지만, 박 한은 인기가 많긴 했다. 벌써 누구에게 고백 받았고, 선배 누가 고백했다가 차였다는 등 각종소문을 생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박 한한테 마음 있으면 고백 빨리해. 벌써 여러 명 차인 거 같은데. 그러다 다른 사람에게 뺏긴다.”

“으응. 그런데 고백한다고받아 주겠어. 나보다 예쁜 얘들도 차였던데……”

“너보다 예쁜 얘? 내가소문으로 들은 여자는 다 못 생겼는데. 너는 자신감을 가져. 네가고백하면 바로 좋다고 할 걸?”

“그럴까……”

유진은 마지못해 수긍했지만, 얼굴은 전혀 고백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


요즘 제일 재미있는 드라마가 TV에서 나오고 있지만, 나는 TV 볼 새가 없었다. 본방송을집중해서 보고 싶지만, 친구를 위해서 이정도 희생은 할 생각이었다. 

“예쁜 딸 누구랑 그렇게 문자해? 설마남자친구?”

“내 남친은 아니고, 내친구의 남친이 될 남자?”

“그런데 왜 네가 문자해?”

“친구가 답답해서, 내가대신 고백해 주려고.”

얼굴만 예쁘고 마음이 따듯하지 않은 사람은 재수가 없는 법이다. 나는얼굴만큼 마음도 예쁘니까, 친구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박 한에게 유진의 좋은 점을 연설 중이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헐. 진짜? 진짜 있어? 거짓말이지?]

[진짜 있어. 곧 고백할거야.]

진지하게 돌아오는 답에 오작교를 나주려는 짓은 포기했다. 누군지는모르지만, 박 한이 차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유진에게 기회가갈 테니 말이다. 


*


보통의 병원은 접근성이 좋은 도로 옆에 있지만, 마음 성형병원은 사람이오기 힘든 산 속에 있다. 예지는 수술 이후에 방문한 적이 없지만, 예지의엄마는 매주 방문하고 있었다. 예지의 엄마 이지수는 익숙하게 진료실에 들어갔다. 진료실은 일반 병원과 달리,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처럼 꾸며져있었다. 

“그런데 선생님 우리 딸이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데 어쩌죠?”

“대부분 환자는 급격히 자존감이 올라가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지를 수술한 의사인 장석현은 오늘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지 않았다. 특별한진료가 없을 때는 편하게 일상복으로 수다 떠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도……혹시 최면이풀려서 충격 받으면 어쩌죠?”

“최면은 영원한 것이 아니니 풀릴 수 있죠. 그래도 한 달 동안 꾸준히 최면을 걸었으니, 몇 년 동안은 최면풀릴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럼 몇 년 뒤에는 풀리는 거잖아요. 그 때 충격 받을 까봐 걱정이 돼요.”

석현은 지수의 걱정에도 괜찮다며 웃었다. 그는 성형 수술 의사가 아닌, 최면 술사였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을 최면으로 건강한 마음을갖도록 치료해 주었다.

“어머니, 예지씨가 요즘예뻐지지 않았나요?”

이는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즉시 대답할 수 있었다. 예지는 정말로최면 이후에 예뻐지고 있었다. 수술을 하지 않았는데도, 구부정한어깨가 당당하게 펴지고, 얼굴이 항상 웃고 있어서 전체적인 인상이 정말로 예뻐지고 있었다. 

“많이 예뻐졌어요. 안그대로 남편도 신기하다면서, 진짜 성형 수술 한 건 아닌지 의심하더라고요.”

“그렇죠? 최면으로 예뻐진자신을 보며,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을 겁니다. 외양은그런 마음에 따라 변한 겁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니까, 얼굴이 예뻐지는 건 당연하죠.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예지씨가 최면이 풀렸을 때는 최면이 필요없을 정도로 예쁘게 변한 뒤일 테니까 말이죠.”

지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자기가 볼 때는 예지가 정말로 예뻐서, 얼굴에 칼을 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미봉책으로 선택한 것이최면이었다. 생각보다 예지의 반응은 극적이었고, 지금은 최면이풀렸을 때 크게 절망할 것 같아 걱정이었다. 그런데 석현의 말대로 예지의 외모는 많이 바뀌었다. 항상 표정이 밝고, 당당해서 인지,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지수는 지금처럼 예지가 계속 당당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길 바랬다. 


*


입학하고 첫 MT를 왔다. OT와달리 친해진 뒤에 가는 여행이라서, 가기 전부터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쳤다. 그래 내가 원했던 건,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유진이 말고 너를 좋아해.”

다들 게임에 빠져서 시끄러운 건물 뒤는 조명이 없어서 어두운 밤이었다. 나도게임을 잘하는데, 박 한은 나를 데리고 나와 이렇게 당황스런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설마 문자에서 말했던 주인공이 나일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

“유진이가 예쁘긴 하지만, 나는당당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좋아. 나랑 사귀자 예지야.”

“음. 그래. 내가 매력적이긴 하지. 그런데…….음, 미안한데 나는 너를 안 좋아해.”

“뭐 지금 당장 안 좋아할 수는 있지. 그래도 만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사귀는 걸로 시작하는 건 어때?”

“그게, 나는 못 생긴사람한테는 호감이 안 생겨서. 미안. 너는 내 미적 기준미달이야.”

“……아. 미적 기준 미달?”

“그래. 그러니까 괜히헛물켜지 말고, 다른 여자 만나봐. 알았지? 나 먼저 들어간다.”

박 한은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서 있었다. 나는 미안하지만, 괜한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고 냉정하게 돌아섰다. 앞으로도 수많은 남성을 울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미인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 나는 유진을 앞으로 어떻게 볼지 걱정이었다. 역시 이건 비밀로 해야겠지?

“휴. 이래서 미인은 피곤하다니까.”

조명이 없는 하늘 아래는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은은한 불빛 속에서 지예는 당당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이 빛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두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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