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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n 26.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18 - 혼란

2023 5 30 화요일


 모든 간병이 쉽지는 않았지만 굳이 더 힘든 요일을 꼽으라면 화요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우 30분 더 일찍 일과를 시작하는 건데도 체감상 하루가 너무나도 긴 느낌이다. 특히나 쉬지 않고 놀다가 교대를 해서 그런지 더 힘들었다.


 그 와중에 비는 안 오지만 날씨는 어찌나 흐렸는지 나도 모르게 축 쳐지는 기분이었다. 항상 놀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찝찝해진다. 해야 될 일을 미뤄놓고 놀기만 해서 그런 것일까. 글쓰기도 차일피일 미뤄두고 이제는 나만의 손글씨 폰트를 만들기 위해서 일을 벌여 놨다. 지금 간병부터 일기, 인스타툰 그 외에도 이것저것 일을 한꺼번에 하는 중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뇌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 건지를 말이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것은 수익이 없는 활동이었다. 말 그대로 지금은 단지 취미생활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걸로 먹고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런데 어떤 게 정답인지를 모르겠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6개월 정도라고 했을 때 나는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될까. 당장의 성과가 나지 않는 길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음에도 이놈의 조급함이 나를 옭죄여온다. 이러지 않겠다고 과정을 즐기겠다고 다짐했건만 욕심은 끝이 없다.


 간병 생활이 익숙해지고 나니 이제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나 보다. 동생이야 당연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것이고 그 점에서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 문제는 나였다. 지금도 주어진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미뤄두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대로 가다간 이번 연도를 통째로 날려 버릴 것만 같았다. 물론 간병을 하면서 오롯이 내 일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주어진 시간을 이용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과정을 즐기자는 나의 다짐이 흔들리기 시작하니 모든 게 엉망이 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모든 걸 포기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고 의욕적이었던 그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차라리 머릿속이 복잡하면 모든 걸 내려놓고 잠시 쉬면 될 텐데 마치 내 손에 쥐고 있는 끈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지도 못하고 편하게 놓지도 못하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현실이 갑갑하다기 보단 나의 태도가 갑갑하다. 어쩌면 지금이 나에게 주어진 기회일 수도 있는데 혹여나 어리석게도 날려버리는 것은 아닐지 두렵다. 일을 하고 있을 때는 그림을 그려야지, 글을 써야지라고 늘 생각만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버티기 바빠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변명이라는 것을 잘 안다. 몰라서 안 하는 것보다 할 수 있으면서 안 하는 게 더 나쁘다는 것도 안다. 나는 그렇게 잘못된 걸 알면서도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원하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하고자 했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온 위기가 어쩌면 기회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올해는 그전에는 시작하지 못했던 걸 시작하게 만들어 주었다. 분명 이곳에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심하게도 갈팡질팡하면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흔들린다. 내게 온 기회를 낚아채지 못하고 그냥 날려버릴까 봐 무리하게 일을 만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한꺼번에 벌여놓은 일도 버겁기는 하지만 나를 더 버겁게 만드는 건 내년에도 바뀐 것 없이 내 미래가 여전할까 봐 그게 더 겁이 난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하는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나에게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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