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일기 119
2023년 5월 31일 수요일
어제 비가 왔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맑은 하루다.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6월이다. 왠지 모르게 병원에 있으니깐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다. 달력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달력을 넘긴다.
또 다른 달을 맞이한다니 새로운 의욕이 솟아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욕심인 것만 같아 염세적인 마음이 올라왔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한 마리는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늑대, 또 다른 한 마리는 불행으로 이끌어 주는 늑대다. 두 마리가 싸웠을 때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바로 우리가 먹이를 준 늑대가 이긴다.
늑대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지금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더 주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먹이를 하나씩 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하게 행복을 주는 늑대에게 먹이를 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불행을 주는 늑대에게 먹이를 줘버린다.
요즘 들어서 매번 병실 사람들이 새롭게 바뀌어서 그런지 몇 주째 어수선하다. 벌써 들어왔다 나간 사람들만 몇 명인지를 모르겠다. 나랑 동생 그리고 또 다른 아주머니 한분만 제외하고 기존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모두 다른 병실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나머지 네 자리는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고 병실 분위기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노릇을 한다고 했던가. 이 병원에서 가장 터줏대감이었던 간병인이 다른 병실로 옮기자마자 새로 온 간병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정작 당사자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더니 없을 때는 험담을 하며 선동을 했다. 목소리는 어찌나 큰 지 굳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아침부터 들어야 해서 피곤함이 몰려왔다. 특히나 환자한테 자꾸만 짜증을 내는 소리가 들려 더 소란스러웠다. 흘러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앞으로의 병원 생활이 더 시끄러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