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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n 27. 2023

오늘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19

2023년 5월 31일 수요일


 어제 비가 왔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맑은 하루다.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6월이다. 왠지 모르게 병원에 있으니깐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다. 달력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달력을 넘긴다.


 또 다른 달을 맞이한다니 새로운 의욕이 솟아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욕심인 것만 같아 염세적인 마음이 올라왔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한 마리는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늑대, 또 다른 한 마리는 불행으로 이끌어 주는 늑대다. 두 마리가 싸웠을 때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바로 우리가 먹이를 준 늑대가 이긴다.


 늑대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지금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더 주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먹이를 하나씩 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하게 행복을 주는 늑대에게 먹이를 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불행을 주는 늑대에게 먹이를 줘버린다.



 요즘 들어서 매번 병실 사람들이 새롭게 바뀌어서 그런지  주째 어수선하다. 벌써 들어왔다 나간 사람들만  명인지를 모르겠다. 나랑 동생 그리고  다른 아주머니 한분만 제외하고 기존에 함께 했 사람들이 모두 다른 병실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나머지  자리는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고 병실 분위기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노릇을 한다고 했던가. 이 병원에서 가장 터줏대감이었던 간병인이 다른 병실로 옮기자마자 새로 온 간병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정작 당사자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더니 없을 때는 험담을 하며 선동을 했다. 목소리는 어찌나 큰 지 굳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아침부터 들어야 해서 피곤함이 몰려왔다. 특히나 환자한테 자꾸만 짜증을 내는 소리가 들려 더 소란스러웠다. 흘러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앞으로의 병원 생활이 더 시끄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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