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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05.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26 - 번뇌

2023년 6월 7일 수요일


 똑같은 하루, 똑같은 일과, 똑같은 사람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는데 길을 잃은 느낌이다. 동생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이 되고 있고 이제는 말을 걸면 반응 속도도 제법 빠르다. 분명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옆에서 회복을 도와주는 건 정답이 맞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모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병원에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이뤄 놓은 건 단 하나도 없다.


 동생은 잘될 거라고 확신을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초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두렵기만 하다.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시작을 하긴 했으나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글과 그림과 같은 창작활동은 누군가의 선택을 받기까지 오래 걸린다. 같은 걸 보더라도 느끼는 게 다르고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무던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마치 관객 없는 무대 위에서 나 혼자 연극을 하는 기분이 든다. 언젠가는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줄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의 끈을 붙잡고 움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현실을 보자면 자신감이 사라진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기대와 낙담을 반복하며 내가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목표가 희미해진다.


 처음에는 언제 끝날 지 예상할 수 없었던 병원 생활이 두려웠는데 이제는 현실로 나가야 하는 날이 다가온다는 것이 더 두렵게 느껴진다. 나에게 있어서 병원은 갑갑한 공간인 동시에 원하지 않는 사회생활을 벗어나게 해 준 도피처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할 시간을 벌어줬으니 나는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병원에 있는 동안 첫 번째 목표는 동생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내가 원하는 게 정말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물론 첫 번째 목표만 이루어져도 성공한 것일 테지만 나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두 번째도 반드시 이루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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