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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06.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27- 소변 검사

2023년 6월 8일 목요일


동생이 호전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이상해졌다. 전에 없던 가래도 많이 끓고 기침도 자주 한다. 심지어 전날 저녁에는 콧줄이 헐거워져서 빠져버리는 바람에 코에서 영양식이 흘러나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항상 저녁을 먹을 때면 침대 위에서 마주 보고 앉아서 대화를 걸거나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코에서 액체가 주르륵 나오는 걸 확인하고는 너무 놀라서 간호사실에 바로 달려갔었다. 혹시나 영양식이 폐로 들어가면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서 조마조마했다. 급하게 의사 선생님을 호출해서 동생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을 해본 결과 폐로 조금 흘러 들어간 것 같은데 혈압이나 산소 포화도가 정상이라서 어제저녁에 지켜보다가 혹시나 몰라서 오늘 소변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침이 되었을 때 동생의 상태를 살펴보니 다행히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간호사는 나에게 소변검사를 위한 루틱스 유린콜렉터를 건네주었다. 유린콜렉터는 비 오는 날 장우산을 꽂는 비닐처럼 길었고 구멍이 뚫린 곳에는 접착 스티커가 붙어 있다. 구멍 안으로 성기를 넣고 고정을 시키면 되는데 처음이 아닌데도 붙이기가 쉽지 않다. 새지 않도록 어떻게든 힘을 써서 붙여놓고 기저귀를 채웠다. 이제 소변을 받기만 하면 된다. 분명히 재활을 내려가기 전 볼일을 볼 것이다.


 오늘은 전처럼 새지 않고 무사히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피딩을 했다. 이왕이면 소변이 빨리 나오도록 유도하려고 피딩 속도를 조금 높였다. 그런데 요즘따라 무엇이 문젠지 설사는 아니지만 대변이 굉장히 무르게 나온다. 피딩 시간을 1시간 정도로 해도 계속 그런 상태라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아침부터 분주하게 소변을 받을 준비를 했다.


 동생은 항상 이송직원이 휠체어를 끌고 오는 시간에 볼일을 본다. 매번 시간도 8시 40분으로 정확하다. 혹시나 싶어서 기저귀를 확인했더니 역시나 기저귀를 갈아야 했다. 문제는 오늘도 무른 변을 누는 바람에 유린콜렉터에 변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참담한 광경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얘질 수밖에 없었다. 웬일로 순탄하게 소변을 받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런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을 해야 될지 생각하다가 우선은 비닐에 묻은 대변을 물티슈로 닦아내고 끝부분을 잘라서 소변통에 넣었다. 여기저기 묻힌 질퍽한 대변을 처리하느라 식은땀이 흘렀다. 결국은 첫 타임 재활에 지각을 했고 동생을 치료실에 데려다준 뒤 나는 뒤처리를 하기 위해서 병실로 올라왔다. 그래도 막막할 뻔했던 소변 받기를 일찌감치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내일은 물리치료 평가를 하는 날이다. 평가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데 생각해 보니 3일 후면 여기로 온 지 두 달째 되는 날이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동생이 이렇게 된 지 벌써 5개월 차다. 제발 6개월 안으로 인지라도 제대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어느 정도로 기억을 하는지 확인을 할 수도 없고 컨디션에 따라 반응 차이가 심해서 어떻게 될지를 모르겠다. 분명 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일관성이 없어서 긴가민가하다.


 그래도 좋아진 점을 고르자면 신체적인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오른쪽은 움직이지 않지만 왼쪽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동작이 빠르지는 않지만 행동을 따라 하는 것도 정확해졌다.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앞으로의 희망이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시기인 6개월이 끝나가고 있는 만큼 빠른 회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지금 제일 중요한  동생의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옆에서 돕는 일이목적을 잃지 않고 가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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