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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Apr 07.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38 - 이게 무슨 일이야

2023년 3월 11일 토요일


 오늘은 12시에 구청 앞에서 만나  삼촌차를 얻어 타고 병원까지 가기로 했다. 참고로 엄마와는 사촌지간이고 나랑은 5촌 관계다. 편의상 삼촌으로 부르겠다. 아무튼 실제로 만났을 때는 서로 안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내 기억 속의 모습이랑은 다른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한참 어렸을 때 만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구청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앞에서 차 한 대가 깜빡이를 켜고 정차해 있다. 도착했다는 말이 따로 없어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엄마가 말했다.


“우리 앞에 깜박이고 있는 저 차 아니야?”

“응. 저거 아니야. 저 차 벤츠야.”


 그 순간 삼촌한테 전화가 와서 어디냐고 물어보길래 구청 앞이라고 했더니 우리 눈앞에 있던 벤츠의 창문이 열리면서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엄마는 이 상황이 웃기는지 차를 타고 가는데 삼촌한테 나랑 나눈 대화를 이야기를 했다. 삼촌이 나랑 6살 차이 밖에 안 나서 차가 있다고도 생각 못했는데 벤츠일 거라고는 더 예상 못했다고 말하긴 했는데 굉장히 민망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사실 무슨 일은 하는지도 몰랐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내가 알고 있었던 거라곤 어렴풋이 떠오르는 중고등학생 때의 모습 밖에 없었다. 그러니 뭐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뻘쭘한 건 매한가지였다.


 삼촌은 5시에 결혼식을 가봐야 한다고 해서 같이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우선 병원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러 낙지볶음을 먹고 그 앞에 있는 카페를 갔다. 카페에 잠시 앉아 요즘 근황에 대해 나눴다. 삼촌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와 삼촌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결혼을 아직 해보지 않은 풋내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나는 우선 결혼부터 해야 아니 그전에 연애부터 해야 이 주제에 끼어들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넋을 놓고 있었다.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돼서 삼촌은 우리를 병원 근처에 내려주고 돌아갔다.


 동생은 엄마랑 내가 왔는데도 한참을 자고만 있다가 집에 간다고 하니 잠시 눈을 떴다. 그 모습을 보니깐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나가다 말고 한동안 더 서있었다. 엄마는 동생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계속 잠만 자다가 우리가 간다니깐 이제야 일어나면 어떡해. 가지 말라는 거야?”

“근데 경오야 너 일어나면 큰일 났다. 누나가 너 때릴 수도 있대. 늙은 엄마랑 누나 놔두고 제일 어린 게 누워있다고.”


 엄마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동생의 표정이 변했다. 웃고 있지만  울음이 함께 터질  같은 얼굴이었다. 같이  있고 싶었지만 오늘 일정이 빠듯해서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며 병원을 나섰다. 이제는 가야  곳이 경찰서와 소방서이다. 경찰서에 가서 진정서를 제출해 보라는 말에 한번 방문해  예정이었다. 동생의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걸어가기는 애매한 거리였다. 다행히 경찰서 옆에 소방서도 바로 붙어있었다. 우선은 경찰서부터 먼저 들려서 이것저것 작성을 했더니 형사가 내려왔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는데 뭔가 이상하다. 알고 보니 접수처에 있던 사람이 아들이 운동을 하다가 다쳐서 왔다는 말에 어린이라고 생각하고 아동학대담당부서로 연결을 해준 것이다. 어쩐지 아이라고 지칭할 때부터 뭔가 싶었다. 담당 형사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혹시 아드님의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성인이라는  듣고 여기는 다른 부서라면서 이번 경우는 안타깝지만 도와줄  있는  없을  같다고 했다.


  수사를 하려면 고소장을 접수해야 하는데 어떤 근거로 고소를  것인지 경찰서에는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온 건지 묻더니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전부  불가능하다고만 이야기했다. 그러면 개인적으로 CCTV 요청했지만 받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있는   없으니깐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러  것이 아니냐고 물으니 상황은 알겠지만 해줄  있는  없다고만 말했다. 어디서 진술서를 쓰면 된다고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아는 선에서는 도와줄 수가 없다고 했다. 다른 부서로 가도 같을 거라며 해결책이 없다고 말을 하길래 어찌됐든 다른 분으로 연결을 부탁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새로운 형사님이 오셨다. 앞에  분보다는 이야기가   통했다. 자신도 유도를 10 넘게  봤고 부상을 당해서 운동을 그만뒀다며 그만큼 과격한 운동이 맞다고 인정을 하였다. 그러면서 동생의 뇌출혈도 유도가 원인이 맞을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관장님을 고소하면 수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이런 경우 어차피 무혐의 처리가  거라서 애매하다고 했다. 원하면 고소는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CCTV 있으면 되지 고소까지는 원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확실한 점은 생겼다. 보험사에서 반박할만한 내용이 법원이나 경찰에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 형사님은 동생이 쓰러지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면 수사를 바로 들어갈  있었을 거라고 했다. 지금은 동생이 위급한 상황도 넘어간 직후라서 어쩔  없이 동생이 직접 진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재판이  수도 있다면서  다른 조언들도 해주셨다. 해결을 위해서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오히려 아쉬운 마음만 가득 짊어지고 나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고 건강 문제라고만 봐서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은 경찰서에 가서도  소득 없이 허탕을 치고 나오니 저녁 7시쯤 되었다. 소방서를 들리려고 했지만 문이 닫혀있어서 바로 집으로  수밖에 없었다.


그전에 해결해야  일이  남았다. 엄마가 이어폰을 주문했는데 배송지를 엉뚱한 곳으로 저장해 놔서 찾으러 가야 했다. 문제는 2 28 배송이 도착한 걸로 보이는데 솔직히 2주가 지난  시점에 찾을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엄마는 동생의 집주소로 입력했으면서 상세 주소는  자취방 호수를 적어놨다. 혹시나 싶어 찾아간 주소에는 중국인들이 살고 있었다. 말소리가 들려서 문을 두드렸지만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분이 지나서야  앞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문은 절대로 열어주지 않은  대화를 했다.


 이곳으로 택배가 잘못 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전에 다른 중국인이 살다가 27일에 나가고 자기는 3월 7일에 이사를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중국말이 들린다. 전혀 못 알아듣겠다. 길게 통화를 하더니 전에 살던 사람도 택배에 대해서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찾아가 그 사이에 택배 온 것이 없냐고 물어보니 못 봤다고 했다. 그때 이사를 온 게 맞는지 물어보니 계약을 따로 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방을 바꿔가며 사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이어폰을 찾기는 글러먹은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가 분실물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 해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찾아봤는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늘 여러 번 허탕 친 게 억울해서라도 꼭 찾아내야겠다. 112 신고앱을 이용해서 문자신고를 하였더니 20분도 안 돼서 경찰 두 분이 찾아왔다. 이렇게 빠르게 수사를 진행할 줄 몰랐다. 한 명은 사건 경위를 듣고 진술서 작성을 도와주셨고 한 명은 해당 층에 있는 모든 집을 찾아가서 조사를 했다. 한창 조사가 이루어지던 도중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가방을 들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엄마는 아무래도 우리가 찾아갔던 집 안에 있던 사람들로 보인다고 했다. 그 행동을 보니 더욱 수상했다. 마치 찔리는 것이 있는 사람처럼 도주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여러 곳을 수사했지만 별 다른 소득은 없었고 해당 부서로 넘어가면 CCTV를 확인하고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이렇게 신고를 하면 간단히 처리될 문제였는데 우리는 왜 동생이 쓰러졌을 때는 신고를 안 했었는지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배달시킨 곱도리탕이 불어있었다. 때 아니게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오늘이 무슨 날이긴 한가 보다. 얼마 먹지 않았는데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는 했는데 오늘은 예민지수가 극으로 달한 날이라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해당 가게에 전화를 해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말하니 본사에서 내려온 키트로 만든 거라서 그럴 일이 없다며 당황을 했다. 이에 환불을 원하는지 교환을 원하는지 묻기에 환불을 원한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나중에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본사로 보고 해야 하고 증빙하는 자료가 있어야 하는 사진으로는 애매해서 환불은 어렵다는 식으로 말했다. 먹다가 발견을 했냐는 말이 너무 황당한 질문으로 들렸다. 머리카락이 있다는 것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하지 음식 위에 살포시 데코처럼 얹어져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 거였으면 가게에서 진작에 조치를 취했을 거다. 아니 이걸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은 어디로 불만접수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리뷰에라도 작성을 해야 하는 건지 음식을 다시 포장해서 보내주겠다고 하니 새로운 음식으로 교환을 해준다고 하였다. 그렇게 저녁을 먹다 말고 새로운 음식이 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리다가 이번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먹을 수 있었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길었다. 무슨 하루 만에 이런 일들이 다 생기나 싶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이벤트들은 나눠서 오지 않고 한꺼번에 찾아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주 짧고 굵게 우리를 치고 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게 사소한 일이라도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출동한다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간이 지났을 때 말을 바꾼다거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 그들이 곧 증인이고 출동 현장이 전부 증거인데 나중에 오리발을 내미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신고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쯤이면 지나가는 행인과 어깨가 부딪혀도 신고를 해야 할 판이다. 이어폰보다 동생의 일이 더 중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어폰을 찾는 일에는 CCTV확인이 가능하고 동생 사건의 CCTV는 확인 어렵다는 말이 참으로 모순적이었다. 우선순위가 바뀌어도 너무나도 잘못 바뀌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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