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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상황

아내

by 어니스트 정

6월 6일 금요일, 아침부터 집안은 냉전 상태였다. 어제부터 시작된 아내와의 갈등이 하룻밤 사이에 더 깊어졌다.

작은 차이에서 시작된 소용돌이.


아내는 목·금 가족여행을 원했고, 나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당일치기를 제안했다. 대부도로 정했지만 사춘기 딸은 가기 싫다고 했다. 아내는 "모두가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화를 냈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지만 돌아오는 건 '외톨이'라고 했다.


"꼴 보기도 싫다면 거실에 자라"는 아내의 말에 나도 서운해 거실 소파에서 잤다. 아침 일찍 아내는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가, 오후에 혼자 제부도로 떠났다. "등산 동호회 들었어. 이제부터 토요일은 오전에 등산 다녀올 테니 그리 알아"라며 선언하듯 집을 나섰다.


딸은 "아빠, 엄마 왜 그래? 이상해"라며 물었고, 나는 눈을 찡긋하며 '이해해'라는 사인을 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아내와 함께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똑같이 감정으로 맞받아치며 집안을 더 시끄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묵상 말씀이 떠올랐다. 위선자가 되지 말고 "하나님께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주님께 도움을 구하라던 말씀이 떠올라 기도했다.


"하나님, 솔직히 아내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뜻을 다 안 따라준다고 화를 내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자기 마음대로 집안을 굴림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본인이 가고 싶으면 다 가야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억지로 아내를 달래고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감정으로 대하지 않고 이 상황에 굴복되지 않고 싶습니다. 어제 말씀처럼 위선자가 되어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주님께 기도합니다. 아내도 자신의 시간을 한 번 가져보며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 또한 주님이 주신 마음으로 제 자신을 되돌아보기를 원합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기 원합니다."


"또한 아내와의 감정싸움이 아이들에게 돌리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이 상황에 지배되지 않도록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소용돌이치는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기도했다.


아내가 나간 후 오늘 묵상을 했다. 레위기 2장 1절에서 16절 말씀. "유향을 가져다가 기념물로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레 2:2).


묵상 해설에는 유향이 냄새를 좋게 하는 것으로 기독교인의 그리스도의 향기를 상징한다고 되어 있었다. 오늘 나의 모습은 '그리스도의 향기'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직장 동료에 대한 섭섭함과 화로 고민했던 내가, 오늘은 아내와의 갈등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하나님께 정직하게 기도했고, 상황에 지배당하지 않으려 애썼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갈등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유향이 제물에서 나는 냄새를 좋게 만들듯,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내도 분명 자신만의 스트레스와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지만 돌아오는 건 외톨이"라는 말에서 그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 각자 시간을 가지며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일지 모른다.


이 상황이 오래가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가족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로 피어나는 유향의 향기처럼, 우리 가정에도 평안과 이해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어제의 묵상이 오늘의 현실에서 이렇게 적용되다니,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실제적인지 새삼 깨닫는다. 작은 순종 하나가 가져온 변화가, 더 큰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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