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 정신을 꽉 붙들고 있어야 해요.

2-7.

by 생각책가방


3년여의 시간을 함께했던 병원과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할 때라는 직감이 왔다.


이전부터 전원(병원 옮기는 것)을 고민했지만,

수술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정말 좋은 선택인 건지 확신할 수 없어서

주저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암일지 모르는데 3개월 동안 검사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0기였다가 몇 개월 만에 말기암 진단을 받았던 이전 병력에 비춰본다면,

암이 있는데 요세포 검사 결과에서 발견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빨리 다른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다.



2022년 2월

먼 거리여서 고민했지만, Big 5 병원에 가기로 했다.

아빠는 심장도 좋지 않아서, 다른 과와 연계가 잘 되어있는 병원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진료 당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안고 출발했다.


진료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여 진료의뢰서를 초진 창구에 내고, 영상 CD를 등록하고, 진료과로 이동했다.

진료 전 상담실에서 문진을 받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였다.


처음 온 곳이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Big 5 병원이라 엄청 신식(?)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옛 병원의 느낌이 났다.


두리번거리던 중 갑자기 긴장이 몰려왔다.

메모해 온 내용을 보며 진료 때 할 말과 질문을 되뇌었다.

잠시 후 아빠 이름이 불리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우리를 거절할까 봐 무서웠다.


CT와 MRI 영상을 살펴본 후, 의사가 말했다.


신우요관암이고 콩팥과 요관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려운 수술로, 아빠의 병력을 잘 아는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였다.


나는 병원을 옮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용을 들은 의사는 일단 수술 일정은 잡아주겠으나,

다니던 병원으로 돌아가 주치의와 잘 이야기해 보라고 하였다.


‘암으로 확증할 수 없으니 3개월 후에 오라는 병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선생님...’

긴 사연을 입안에 가득 담고 말하지 못한 채, 밖으로 나와 수술 전 상담실로 갔다.


3개월 뒤인 5월로 수술 일정이 잡혔다. 늦은 일정이어서 걱정되었다.

'그나마 수술 일정이라도 잡혔으니 다행인 건가... 그 사이에 암이 더 퍼지면 어떡하지... 하...'


한숨을 쉬며 받은 안내문을 정리하고 있는데, 간호사분이 와서 보호자만 다시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불안해하는 아빠에게 별일 아닐 거라고 말한 후, 홀로 들어갔다.


의사가 물었다.

“정말 여기에서 수술받을 거예요?”


“네?, 네.”


의사는 수술의 위험성과 개복했을 때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리고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가 2기 이상일 경우,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고도 하였다. 안 좋은 예후일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내가 자녀이고 보호자이기 때문에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머릿속이 삐걱거렸다.


큰 수술 후 또다시 암이 발생한 상황임에도, 나는 아빠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병원에서 아빠를 환자로 받아줄지 어떨지에 대한 걱정만 했었다.

예후 이야기를 듣고 나자 두려워졌다.


눈물이 고였다. 정말이지 이곳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래도 여기서 수술받을 거예요?"

의사가 다시 물었다.


"네. 여기서 수술받고 싶어요."


울음을 참아서 이상한 목소리가 된 나에게 의사가 말했다.


"따님, 정신을 꽉 붙들고 있어야 해요. 따님 역할이 되게 중요하다고요."


('지금 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게 티가 나나...?')

"네..."


"수술 3월엔 해야 해요. 다시 잡아보죠."


"네..."


"네?"


"네! 감사합니다!"



2022년 3월, 아빠는 두 번째 개복 수술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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