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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Mar 24. 2019

모르고 있는 줄 몰랐던 영어단어들(3)

 여행을 떠나요.



여행을 위한 단어책을 사면, 괜한 인사말에서 표가 얼마인가요, 몇 시 출발 어디 행입니다. 이런 아주 유용하고도 뻔한 표현들이 가득하니 그런 건 그런 훌륭한 책에서 배우도록 하고 우리는 어디까지나 아주 미시적으로 소용없는 것 같지만 알고 나면 개운하고 거시적으로는 쓸모가 있는 말들에 집중하도록 하자. (앞으로는 *표시를 하면 '가지고 계신 여행용 책자에 있는 회화를 이용해서'라는 뜻으로 아시길)

 1. 먼저 괜히, 역은 어디 있나요, 이런 거 남의 바쁜 길 막고 묻지 말고 네비로 역 station을 찍고 인터넷으로 출발 시각도 검색을 해서 제시간에 도착을 하도록 한다. 미국에서는 네이*가 아니라 데이터 없이도 위치 확인이 가능한 구글을 쓰면 좋다.


요즘은 아니지만 옛날 증기기관차에서는 칙칙폭폭 칙칙폭폭 께! 소리가 났었다. 영어로는 chugga chugga chugga chugga choo choo(처가 처가 처가추가 추추)인데 이 께/추추에 해당하는 기적소리는 whistle이다. 휘파람 쪽이다. 새가 노래하는 미국은 기적도 휘파람을 분다. whistle blows. 하지만 이 기적 소리는 넋 놓고 있다가는 깜짝 놀랄 비명 소리 같기도 하다. 그래서 whistle이라고 해놓고도 동사는 비명을 지른다는 scream도 자주 쓴다.

참고로, 공포영화 같은데 주로 나오는 있는 대로 비명을 지르는 것은  

She screamed at the top of her lungs.

폐에 공기를 가득 넣고 뿜어내는 소리라고 상상해보라. 지금 이런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에서 떠나는 거니까 알아두자.


그런데 당연히 요즘에는 저 기적소리가 아니다. 요즘은 차처럼 빵!이고 이건 horn이다. 한국말로 클랙손 claxon이라는 말은 영국 영어다. horn을 살짝 뽕뽕하면 동사 honk honk, 크게 빵! 하면 blare을 쓰게 된다. 한국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건널목에서는 반드시 제법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적정 데시벨을 정해놓았다.(소방차도 정말 번연히 오는 것을 보고 있는데도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꼭 화들짝 놀랄만한 소리로 blare 한다. 한국에서 그러면 항의가 들어가겠지. 자기를 도와주러 온 구급대원을 때리는 사람도 있는 곳이니까)

기차가 다가오면 우르르릉  rumbling 하다가 브레이크를 꺾으면 screech 끼익, 소리가 나고, 치익 소리는 hiss라고 하는데 뭔가 마음에 안들 때 스읍 소리 내는 것, 말을 입술 새로 내뱉듯이 하는 것, 뱀 소리 등 잇 새로 바람 새는 소리는 모두 hiss를 쓴다. 발음해보면 알 수 있다. 참고로 그렇게 'ssssss소리를 낸다'는 뜻의 단어가 sibilant /ˈsibələnt/ 따로 있다


2. *차표를 사자.


 

차표를 파는 창구는 ticket window, ticket counter다. 표 파는 booth를 조그맣게 차려놓았든, office를 거룩하게 차려놓았던 창구는 윈도우다.

윈도우니까 윈도우지 왜 윈도우냐고 물으시면 윈도우를 윈도우라서 윈도우라고 밖에 말 못 하도록 당연한 것 같지만 은행에 가면 요즘은 윈도우라기보다는 칸? 이 있을 뿐인데도 윈도우라고 하고, 약국에 훤히 뚫려있는 카운터도 윈도우라고도 한다.


3. 주로 차표에 있는 구멍 뽕뽕 뚫려 있는 절취선, 그냥 가위 없이 따라서 찢으면 찢어지는 그 선은 perforated line이다.


perforate는 글자 그대로 잔잔한 구멍 perforation을 쭉 뚫어 찢기 쉽게 한다는 뜻이 있는 말이다. 차표에 짤까닥clip 구멍을 뚫어주는 것은 주로 punch라고 한다. punch는 권투 펀치처럼 때리는 것 외에도 쳐서 '뚫는다'는데 많이 쓴다.

사실 '구멍' 관련 단어만 가지고도 따로 한 페이지가 필요한데, 일단 hole은 아시다시피 구멍은 구멍인데 주로 이미 목적을 가지고 '파여 있는' 조금 정적인 구멍을 말한달까(무엇을 끼우게 되어있는 구멍, 벽에 '나 있는' 구멍-때로는 아주 작은 공간도 hole이라고 잘한다-등) 그렇고, puncture은 뽕 뚫린 구멍을 말해서 puncture wound는 자상을 말하기도 하고, 내장에 천공이 뚫리는 데도 쓴다. 펑춰!라고 발음해보면 그 역동성(?!)이 느껴진다.


여담으로 침은 acupuncture이고 뜸은 moxa stick 부황은 cupping이다. (여행도 좋지만 이러다간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삼천포에 갈 것 같으니 서둘러 돌아오도록 하자.)


한국어는 절취, 끊는다는 용도가 중요한데 영어로는 어떻게 끊게 만들어졌는가에 집중했다는 것이 문득 흥미롭다.


4. 올라탄다.


(take a) train, ride a train, 하면 기차를 '타고 간다'는, 기차 편을 이용한다는 말이고, 막 탄다는 동작은 get on, hop on (경쾌하게 폴짝 올라타면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을 쓰면 된다.

참고로 기차는 아니지만 승용차에 탈 때 매우 자주 쓰는 이상한 표현이 climb into a/the seat이다. 고작 차에 타는데도 climb이라고 하니 항상 조그만 사람이 거대한 차에 낑낑거리며 바동바동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냥 민간인이 민간인처럼 타는데 일상으로 쓰이는 말이다.


5. 기차에 올라타서 자리에 앉는데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아쭈 나를 쓰윽 한번 훑어본다?


무심결처럼 슬쩍 한 번 보는 take a look 말고 평가하듯 위아래로 쓰윽 훑어보는 것을,

He gave me a/the once over. 

그냥 글 같은 것을 훑어본다 할 때는 look over, scan을 쓰면 되고 넓은 지역을 훑어볼 때는 canvas를 쓴다.

그래서 이 인간이 왜 이러나 싶어서 나도 슬쩍 보는데,

눈질을 한다. 슬쩍 몰래 훔쳐본다.

She cast/send sidelong/sideway glance(s).

혹은, 눈꼬리로 보고,

I looked out of the corner of my eyes.

혹은, 역시 글자 그대로 훔쳐볼 수도 있다.

I saw you stole a glace  at him~.  


참고로 뭔가 지은 죄가 있어서 훔쳐보며 눈치 보는 표정을 sheepish look이라고 한다. 양이 딱히 뭔가 죄책감을 지은 눈빛인 것은 지켜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이불을 생각해서 폭신한 느낌이 들지는 몰라도 눈이 딱히 착해 보이는 동물은 아니지만.



6. 시간을 딱 맞춰서 기차가 출발한다. 우후!


exactly, promptly, 라는 말도 있지만 뉘앙스를 살려서.

right on the nose. on the dot. 을 쓰면 좋다.

점이나 코에 딱 맞추는 느낌이 기억하기 좋다.

나같이 시간 지키는 것이 무지하게 중요한 사람에게는 자주 쓰이는 표현.(약속에 늦는 사람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일단 미운털 한 개-씩- 박힘)

흥미로운 것은 on time은 시간을 잘 맞춰 온 것이고, in time은 겨우겨우 바투게 대어온 것으로 약간 부정적인 느낌이다.


막역한 사이에게 10시 정각에 와! 하고 말할 때는 "10, sharp!"이라고 말하면 간단명료, 신속 정확 야무진 일처리.


7. 심심해서 차표를 뒤집어 보는데 돋보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뿐이다.(읽지 말라는 뜻인 것으로 사료됨)


작은 글씨. small letters라고 해도 알아듣기도 할 것이고 감옥에도 안 간다. 그러나 어쩌누, 이것에 해당하는 말이 있으니 그걸 써줘야 한다. 음.. 잔글씨를 작은 문자라고 하지 않는 것 같달까.

fine print라고 한다. fine은 본래 이렇게 아주 잘잘한 것이나 아주 섬세한 것을 뜻하기도 하고 또 fine art는 예술을 말하기도 한다. 고운 가루도 fine powder, 고운 모래도 fine sand다 특별히 기분이 삼삼한 모래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8. (오랫동안 영어를 안 해도 되도록 편리하게도) 한 잠자고 일어났더니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으므로 내리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기로 한다.


물론 화장실을 가는 데는 영어 따위는 필요 없고 조용히 다녀 올 수록 좋다. 그러나 일행이 있으면 한국인들이 '손 좀 씻고 올게요' 하는 식으로

I'm going to wash my hands라고 하기도,

남녀노소 불문 화장을 하는 사람인 경우,

I'll just go and powder my nose. 가서 화장 좀 고치고 올게요.

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장을 고친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다시 이 대책 없는 나의 상상력은 이 경우에도 딱 코에만 가루를 두들기는 장면을 생각하고 코만 점점 화장이 두꺼워지지 않나 생각하곤 혼자 걱정하곤 하는데...


화장을 고친다고 하면 fix가 생각날지 모르지만

fix my make up이라고 하면 make up이 화장품을 말하는 걸로, 가령 파우더 같은 것이 용기에서 깨진 것을 다시 담아 고치는 것을 말하고,

fix my face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외려 처음부터 전체 화장을 다 하는 쪽이다.

얼굴을 고친다고 하니 얼핏 수술로 무슨 고장이나 난 듯 '얼굴 고치는' 걸 말할 것도 같지만, 많이 아시다시피 plastice surgery 맞고, 단, 미국인들은 뭐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lipo suction 지방흡입술, face lifting 흔히 말하는 얼굴 땡기기, botox 보톡스, fillers 실리콘 주입, 등 시술 이름을 대는 게 보통이다. 이런 말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없는' 말을 하는 것보다 '그게 아닌' 말을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혹시 그래도 일반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면, he has done some job on his face. 얼굴에 ‘뭘 좀 했어’,라고 말하면 된다.


미백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한국인들이 받는 시술 '필링'이 peeling 맞다면(제보 환영:수정하겠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이걸 받는다는 소리는 아직 (: 지구는 하나) 못 들어봤고, peeling이라고 하면 피부 각질이나 비듬 같은 식으로 껍질 벗어지는 것을 말해서 질병 쪽에 속하는 말이다.


나는 지금도 세수하고 로션도 잘 안 바를 정도로 다 늙도록 화장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 나이가 되고 나니 거울 속의 나를 못 알아보겠어서 사람들을 만나러 나갈 때는 이제는 약간의 분장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염색도 하지 않고 옷도 대충 입고 다니는데 누구에게 외모로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불가능해짐),

50 평생을 함께해서 조금은 지루하고도 나이 먹어서 낯설기도 한 자신의 얼굴을 찾아보려는 이 감정은 참으로 복잡한 것이다.

하기사 물론 화장을 한다고 별반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으니 귀 뚫는 것도 무서워서 못한 나는 그냥 이렇게 살다 가야 할 모양이고, 그런 면에서는 미국에 사는 게 유리한 일이다. 한국에 가면 당장 옷차림부터 얼굴에 이르기까지 잔소리가 시작되니까. Twilight Zone의 한 에피소드처럼 모두 똑같이 생기도록 고치는 시대가 온다면 나는 독야청청, 아니 독야 백백 하리라.


+참고로: fix는 고장 난 것을 고치는 것에 당연히 쓰이지만, 뜻밖에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데 많이 쓴다.

I'll fix some sandwiches for you, I am fixing my lunch 하고 말하는데 처음엔 샌드위치를 어떻게 고친다는 얘긴가 어리둥절했다.

한국의 어느 서점에서 시장조사차(!) 집어든 어느 회화책에서 오늘 화장 잘 됐네요, 라는 표현이랍시고

your make up is 어쩌고 하는 말을 보고 -서점 책이니까 곱게- 책을 덮어버린 적이 있는데, 얼굴은 물론 남의

make up에 대해 말할 일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미국은 특히 철저히 개인주의라서 막말로 옷 뒤집어 입은 걸 지적해줘도 불쾌해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런 말을 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말을 배운다는 것은 사실 이런 게 더 중요하다. 욕이 아니라도 무례한 말은 많이 있다. 해서 안될 말은 배우지도 말자.

그냥 너무너무너무 '화장이 잘돼서' ‘예뻐서’ 칭찬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온다면?

You look great today!

로 충분하지 않은가.


9. 내린다.

get off.

take off는 이륙이다. 내리려다가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말하는 데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안심이다-는 썰렁한 농담을 해본다.)


...


일단 이렇게 해 놓고, 맛있는 여행이니까 다음에는 식당에서 생각나는, 혹은 안나는 말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다시 말하지만 '식당에서 주문할 때 쓰는 말'은 여행용 회화 책을 참조해야 하니까 반드시 예습을 하던가 짊어지고 와야지 여기서는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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