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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Mar 18. 2019

모르고 있는 줄 몰랐던 영어 단어들(2)

'’영어로’ 맛있는 걸 만든다는 것의 의미

1. 재료 준비



일단 고기만 사면 장보기는 다 한 거다. 대개는 고기도 그렇지만 야채는 골라 들고 가면 달아서 계산해주니까가 아니라 고기가 중요하니까.

미국은 정육점이 따로 없고 슈퍼마켓 한편에 가면 정육 코너 meat/butcher counter가 있다. 요즘은 모든 이름이 poilitically correct term이 많이 생겨서 부춰라고 하면(문득 아재 개그 생각나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부처는 미국에서는 buddha 부다/붓다라고 발음한다. 설마 지금 이 상황에서 put your hands up을 떠 올리는 분은 없겠지.) 얼핏 푸줏간 주인 같은 이름이란 생각이 들지만 '주인장이 권하는 오늘의 고기' butcher's choice를 내 거는 등 본인들은 별 문제없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대충 큰 고기를 반 정도 잘라 파는 정도라서 한국처럼 돈가스 거리 주세요, 얇게 썰어주세요, 주문하면 알아서 부위를 골라 기계를 돌려 불고기감을 썰어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충 미리 잘라 진열된 것을 사다가 집에서 손질을 해야 하고, 그래서 미국에 와서 나도 고기 부위의 용도, 이름, 손질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참고로 생선가게 주인은 fish monger이다.


처음에 암만해도 한국 음식은 한정되어있으니 있는 재료로 먹고살자고 여기 요리책을 뒤적이다 보면 요리책도 어려운 것이 그냥 다 cut이 아니다.


깍둑썰기는 dice(주사위 모양대로), 채 썰다 julienne줄리엔,  slice(주로 얇게) 자르다, mince 뭉개 다지다. 반 자르거나 가르는 것은 halve, 사등분은 quater을 그냥 쓰면 된다.

grind가 '갈다'라서 보통 간고기를 gound meat라고 하는데 갈아서 둥글게 뭉쳐놔서 그런지 ground round라고도 하고 소고기 간 것은 익히지 않고도 hamburg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햄버거는 양념 많이 안 하고 그냥 간 고기 소금 후추 뿌려 뭉쳐 굽기도 잘해서 그런가 보다.

snap peas

아스파라거스 같은 것들을 뚝 뚝 부러뜨리는 것은 동사와 의성어 모두 snap이라고 하는데,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 내는 것도 이 소리를 쓰고 그 동작을 finger snapping이라고 한다. 날것으로 먹도 되고 살짝 볶아도 맛있는 snap peas는 오히려 green beans처럼 부러뜨릴 필요 없는데도 톡톡 부러지는 식감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닭 뼈 같은 것을 짜개는 것을 cleave라 하고, 특정 부위의 고기를 명사로 cut이라고 한다. end cut(자투리 살), prime cut(상등육).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소리를 보통 chop chop chop 하기를 잘하는데, 막상 chop은 팍 끊어내는 썰기를 말해서, 보통 뼈가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돼지고기를 pork chop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칼을 쓰는 동작 중에는 찌르다 stab는 말이 있는데 요리에는 쓸 일이 없을 것 같고, 요리하다 벤 것도 명사로 cut이라고 하는데 싹둑 자른 것이 아니고 벤 상처를 말한다. 물론 손가락을 자르지 말란 법은 없지만. 아는 사람 하나는 고작 베이글을 버터나이프로 가르다가 손바닥을 베어 가지고 응급실에 간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 응급실에 간다는 것은 학생이라면 재산의 반을 날린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요리하다 cut이 생기기 않도록 유의하자. 돈도 돈이고 아프기도 아프지만 더구나 요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수가 있으므로 먹을 것이 없어지면 우울해진다.


껍질도 다 같은 껍질이 아니다. 양파 껍질 포함 사과 등 껍질이 얇은 것들은 skin을, 멜론이나 오렌지처럼 두꺼운 껍질은 rind라고 하고 계란 껍데기는 shell이다.

shell 등 어패류의 조개껍질도 물론 shell이다.

skin나 rind나, 과일을 끆다,에 해당되는, 껍질을 벗긴다,는 동사는 주로 peel을 쓰는데 벗겨낸 부분은 peeling이 된다. skin을 peel 하면 peeling이 되는 것은 껍질을 벗기면 껍데기가 되는 느낌일까.

skin을 동사로 쓰면 '껍데기를 벗긴다'는 느낌으로 과일 같은 것보다는 겉거죽을 벗긴다?는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날로 가죽 껍데기를 벗긴다는 좀 징그러운 동사로 flay가 있다.


계란은 벗기는 게 아니고 깬다. 깬다? 알 것 같았는데 문득 멈칫하시는 당신, break 맞는데, crack open을 많이 쓴다. 톡톡 탁 크랙.

.

shell을 까는 것은 shelling이다. shell을 동사로 쓰는게 아니라 do shelling 이 된다. 영어에는 이런 말들이 더러 있다.

참고로 계란 거품 내는 것은 괜히 거품 떠 올리지 마시고 beat eggs(관사 없이)을 쓴다는 걸 알아두자. 그릇에다 애먼 계란을 척척척 때리는 것이니까.


씨는 물론 seed인데, 복숭아나 자두처럼 가운데 크게 박혀 있는 씨는 pit이나 stone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pit은 주로 체리 씨를 말하는데 소리가 귀여워서 좋아하는 말이다. 스톤도 그렇다. 과일 한가운데 돌멩이가 가운데 박혀있다는 게 어쩐지 동화 같은 느낌이다. 또한 사과나 배처럼 씨 주변에 못 먹는 깡치 부분은 core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국말로 견과류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는 해바라기 씨, 호박씨 등이 포함되니까 견과류를 대충 seeds라고 부르기도 한다.

씨를 ‘발라낸다’는 말은 따로 없고 그냥 remove 제거하면 된다. 레시피에는 어떤 이유로든 특별히 씨를 드시는 분이라면 모를까 당연히 씨는 제거하는 것이므로 주로 그냥 apple slices, apricot cut을 넣는다고 되어있다.


2. 조리


모름지기 요리는, 요리할 때 불 조절과 간 맞추는 것, 따끈하게 내야 맛있는 것은 따끈하게, 시원하게 내는 것은 시원하게, 내는 온도가 맛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

이것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만 반면 이것만 하면 요리를 할 줄 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괜히 엄마 손맛 찾으면서, 하루 종일 집안일을 했든, 아이를 돌봤든, 직장을 나갔든 마찬가지로 피곤한 여자들을 엉뚱한 시간에 그 이름도 애매한 '맛있는 것'을 내놓으라고 괴롭히거나, 일껏 일 끝나고 손에 로션 바른 사람이 과일을 깎아드렸으면 고맙게 먹을 일이지 과일에서 로션 냄새난다고 불평하는 만행을 저지르지 말고,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각자 해 먹어보도록 하자. 상식적으로 남이 해 준 것이 더 맛있는 것은 남자들 뿐이 아니잖는가.


아무튼, 간? 일단 간이 뭐지? 맞춰? 하지 말고,

sprinkle/add salt/pepper for the taste. (직역하면 맛을 위해)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뿌려/더해 네가 알아서 간을 맞추라는 말이다. 정확한 간장 고추장 양까지 주고 비법 레시피를 주창하는 한국과 달리 서양 요리책 레시피 뒤에는 무책임하게도, 하지만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건강상 조건이 다른 것을 생각하면 매우 정당하게도 대부분 이런 문구가 있다.


소금, 후추 기본 외에 뭔가 양념을 한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많이들 아시는 seasoning시즈닝이다. ing가 붙은 쪽이 치사하게 명사로 양념이고, 양념을 한다는 동사는 season이다. 주로 고기를 양념에 '재운다'는 동사는 marinate고 재우기 위한 명사 양념도 marinate를 쓴다. 주로 바비큐에 많이 쓰는, 여러 가지 향신료를 섞어 고기에 문질러 재워놓는 양념은 (dry) rub이라고 한다. 그렇다. 다시 치사하게 문지른다는 동사인 rub를 명사로 쓰는 것이다.

참고로 햄처럼 절이는(?) 것은 cure 이란  말을 쓴다. 고치는 것이 아니니 먼저 fine print에 활자의 안녕을 기뻐할 필요 없는 것처럼 괜한 햄 염려도 하지 말기 바란다.


https://www.t-nation.com/diet-fat-loss/top-20-herbs-spices-for-super-health 

요리 초보는 얼브 (미국인들은 허브가 아니라 얼브라고 하고 나는 미국에 설고 있어서 링게르도 링거액도 아니고 iv를 맞고, 알레르기가 아니라 알러지가 생기는 지라)herb 하고 spice를 많이 혼동하는데 강황가루나 시나몬 같은 가루가 향신료고, 오레가노나 베이질 등 풀(!) 같은 것이 얼브이다. 스파이스는 주로 매콤하거나 강황 turmeric처럼 강력한 맛이 나는 것이 많아서, 음식에 뭔가 특별한 맛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도 그렇고, 뭔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spice up 한다고 한다. 여기서 혹자는 기분 내러 클럽에 가는 것을 상상할지 모르지만 언제나 나의 갈 곳 없는 상상력은 갑자기 노란 카레 가루를 얼굴에 덮어쓰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쓰읍)


채소에 소금 뿌려 살짝 절이고 숨 죽이는 것은 Sprinkle some salt on sliced cucumbers to sweat. 얇게 썬 오이에 소금을 솔솔/골고루 뿌려 물기가 송송 나오게 하세요. 상상이 가는 건 좋은데 채소를 땀나게 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3. 음식 내기



물론 낸다는 동사는 serve이고 '내는 것'은 serving이라고 한다. 격식을 갖추어서, 저녁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라고 말하려면 "The dinner is served"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식품 포장에 1 serving이라고 하면 1인분을 말한다. 물론 그 1인분으로 족한 사람은 없고 대개는 적절한 '1일 권장' 칼로리에 따라 나눠놓은 것에 불과하다. 흔히, 안 먹는 사람은 있어도 한 개만 먹고 말 사람은 음식의 대표인 포테이토칩이 있듯이, 나를 만족시킬 과자의 분량을 도대체 누가 정한단 말인가.

차게 내는 것은 serve chilled, 따끈하게 내는 것은 serve hot해도 되는데 그런 음식은 주로 갓 만들어서 내는 것이므로 바로 낸다 serve immediately라고도 한다. 한국은 뜨겁고 갓 만든 음식에 대한 환상이 많지만 서양 음식 중에서도 수플레처럼 바로 먹지 않으면 꺼지는 것도 이 내는 시간도 중요하다.


음식을 만들어서 먼저 뭘 깔고 그 위에 얹어내는 종류의 음식들이 있다. 덮밥도 그렇지만 상치를 깔고 샐러드를 얹어 낸다거나 회를 얹는다거나, 그럴 경우에는 이 '깐다'는 말은 뭘까?

bed of lettuce, bed of rice라고 한다.

You can serve your potato salad on the bed of lettuce.

깔면 되는 것이다.


4. 뒤처리

음식을 먹었으면 웬만하면 만든 사람이 아닌 쪽이 설거지를 하도록 하자. washing dishes 좋은데, 그냥 doing dishes를 많이 쓴다. lanudry도 마찬가지다.


...


일껏 음식을 만들었는데 맛이 없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많으니까 다음에는 핑계 김에 맛있는 것을 먹으러 맛집을 찾아 먹방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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