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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Mar 14. 2019

모르고 있는 줄 몰랐던 영어 단어들(1)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끔 영어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영어로 모른다는 것을 몰랐던 단어들을 만나게 되어있다.


가령, spelling이라는 말은 많이 쓰지만, 문법 grammar도 알지만, 맞춤법에 해당하는 정식 단어는 orthgraphy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orthos 바로잡다+ pedeia 어린이 = 정형외과, orthos + odon 치아 = 교정치과에서처럼 orthos가 교정하다는 뜻이기에 만들어진 말이다. 스펠링뿐 아니라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 등 맞춤법 전반을 말한다. solecism '문법상 오류'라는 말은 영 쓸 것 같지도 않은 말이다.


이런 말들은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말이기 때문에 몰라도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의성어 onomatopoeia 오노마토피아같이 말도 한국인들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막상 미국인들은 잘 모르는 단어도 있다. 옛날에 영어 선생님이 UFO가 무엇의 약자인 줄 아냐고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었는데 그 반에 있던 한국인들은 모두 알고 있어서 선생님이 맥 빠진 일도 있었다. 사실 미국에 살다 보면 한국인들이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기죽을 필요 없다.

보통 의미를 추적하려면 라틴어 어원을 알면 좋다고 하지만, 연역적으로 설명이 될 뿐이지 귀납적으로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비슷해 보이지만 어원이 다른 단어도, 같은 단어인데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는 어원이나 유입경로가 다른 경우도 많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영어는 이민으로 이루어진 국가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단어를 다 흡수해가지고 있어서 조금씩 다른 뜻의 단어가 참 많다. 흔히 희한하고 재미있는 긴 독일 단어가 많이 거론되지만 그것은 독일어가 모든 뜻을 한 단어로 붙여서 써서 그렇지 사실 영어도 만만치 않다. 참고로 '긴 단어'란 뜻의 긴 단어 sesquipealian도 있다. 이런 말들은 big word 고난도 단어라도 너무 big word라서 몰라도 되는 말들이다.



반면 너무 사소해서 몰라도 되는 단어들도 있다.

한국 서점에서 가서 놀다가 보면 간혹 어디서 구닥다리 arcaic이나 애매한 obscure 표현을 재미있으라고 실어놓은 '영어학습'책들이 보이던데, 내가 재미를 주창한다고 해서 언제 쓰일지도 모르는 몰라도 되는 말을 알아 두자는 것도 아니다. 가령, cold as a frog라는 말이나(개구리가 차갑겠지) 성의 없거나 혹은 잡기 싫어서 축 늘어져 limp 잡는 악수를 dead fish handshake (바로 느껴지니까) 라 한다든가 하는 것은 일종의 '표현'이니까 그냥 이야기 감은 되지만 따로 '배울'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언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 주고 다른 사고방식을 접하는 면에서 좋은 것들이지 느닷없이 어디선가 죽은 물고기 악수라는 말이 실제로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내가 앞으로도 '표현'이라고 하면 그런 쪽으로 생각해주기 바란다.

물론, 분명 재미는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표현들도 만나면  한 번씩 나누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재미있으니까. 아무튼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disclaimer: (무엇 무엇은 아니다, 고 미리 부인 성명하는 것) 말할 필요도 없는데, 그래도 노파심(실제로 늙은 노파처럼 염려하는 마음이란 뜻이라는 것을 최근에 암)에 말해 두자면, 책을 읽고 적어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되는 단어는 없다. 

tautology는 자꾸 비슷한 말 지루하게 반복하는 것, pleonasm은 말하는데 불필요한 말 자꾸 끼워 넣는 것, periphrase는 접미사 접두사로 말해도 될 것을 말로 풀어 말하는 것, 처럼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씩 다른 말들도 있다. 절대로 '똑'같은 단어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어떤 단어를 '몰라도 되는 단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주요 어휘 록에는 들어가지 않고, 하지만 막상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생각이 영 안 나고 아, 거 영어로 뭐라고 하지? 하고 머리를 간질간질하는, 그러나 알고 나면 정말 살면서 자주 쓰이는 유용한 영어 단어나 표현들이 있다.

이런 말들의 특징은 일단 무슨 말인지 알고 나면 마치 원래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당연한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뭘 좀 아는 양 그럴싸하게 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시시하고 소위 영양가가 별로 없는 것 같아도, 바로 그렇게 때문에 더더구나 유용한 말들이다.


가령, 요즘은 잘 하지 않지만 혹시 어떤 이유로든 사진을 현상하기로 했으면, 요즘은 보통 주문은 기계로 다하는데 찾으러 가면 사진 찾으러 왔어요, 말해야 한다. 사진 photographs, 현상 develop 인화 print 이런 말 생각하지 말고, 그냥 'Pictures, please'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이름이 뭐냐고 묻게 되어 있다. 사진 찾으러 가면, '아저씨 사진이요' 이러지, '사진 인화된 것을 찾으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정말 진짜 진심 포토라는 것을 말하고 싶으면 photos please. (그림은 그럼 뭐라 그래, 하고 투덜거리는 고집 센 당신, 인쇄된 그림이면 print, 내가 그린 기린 그린 그림이면 art)

+참고로: 너르게 대개 가르는 창틀 없이 고정된, 풍경 보도록 만들어진 창을 picture window라고 한다.




다음 회부터 그런 단어들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하기 전에, 위에 머리를 간질간질한다는 말이 나왔으니 뭔가를 이해한다는 과정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기로 하자.

벌레 물려 간질간질 가렵다는 말은 itchy이고 그걸 긁는 것은 scraching이지만, (미국인들 중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긁는 것을 itching으로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염려하는 언어덕후들이 있다) 머리가 간질간질 생각이 잘 안나는 것은 I can't (quite) put my finger on it.이라고 한다. 아 그거 그거 그거 나 아는데 딱 손가락으로 집어 말을 못 하겠네 하는 말이다.

itching는 또한 안절부절못하고 뭘 하고 싶어서 근질거린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경우에도 쓰인다. (e.g. she's itching to go back to school 개학할 때까지 못 참겠다. - 개학은 beginning of the school year도 괜찮은데 대개 그냥 (going) back to school이라고 하는 것도 알아두자)




어딜 가나 잘 못 알아들었으면 대충 넘어가지 말고 꼭 다시 물어보자.

누가 문득 지나가는 말로 뭐라한 걸 다시 묻는다면 I beg your pardon은 너무 거창하고, pardon도 촌스럽고, 미국에서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도

excuse me? 혹은 Sorry? 하고 말하면 된다.

전화상이든가 유난히 눈치가 없는 미국인을 만나면

Can you repeat that again? 다시 말해줄래?

I could’t hear you clearly. 잘 안들렸어,

라고 덧붙여준다.


너무 빨라서 그러면,

Can you speak more slowly? 다 좋은데, 말하는 새에 버스를 놓칠 우려가 있다.

Please slow down (for me)라고 하면 된다.


말 자체는 다 알아 듣기는 한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해야되는 이유라든가, 상황을 잘 이해 못 할 때도 있다.

I'm sorry but I don't get it.

미안한데 나 이해가 안가 (그게 뭔 소리야?)

그래서 잘 알아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Do you mean that.. 하고 알아들은 내용을 말하고 답을 듣자.


말했듯이, 모르면 아는 척하지 말고 바로바로 묻고 찾아보는 게 말을 배우는 최고의 방법이다. 오늘의 한 미국인은 한 선생이다. 절대로 그냥 보내지 말자.


영어를 못하는 게 미안한 게 아니고 다시 한번 말하게 하는 게 미안하니까 쏘리와 플리즈는 중간중간 붙여주자.

참고로 식당이나 은행 등 업무를 볼 때는 could you please.. Can I have 식으로 극 매너를 보이지 않아도 되고 그냥 I'd like to...please라고 하면 된다. 무례하자는 것이 아니까 그래도 플리즈는 붙이지만 고객이 돈을 내고 구매를 하는 입장이니까 주문을 하는데 ‘부탁’까지는 안 해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물 한잔 달라거나 뭔가 부가 서비스가 필요하면 could you, May I 를 쓴다.

please, 와 thank you 는 아무리 많아 써도 심하지 않다. 뭔가를 남용하는 것에 abuse를 쓰는데 말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니 참고하자. please와 thank you는 abuse 해도 되는게 아니라, abuse할 수 없다고나 할까.


사과도 할 일이 있으면 분명히 하는 것이 물론 좋은데, 꼭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책임소재가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동양 사람들은 어색하고 영어가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 쏘리를 abuse하는 경향이 조금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당당하자.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매너는 태도에서 더 많이 느껴지는 법이다. ‘무례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인삿말이나, ‘기지 않고’ 예절 바르게 말하는 법에 관해서는 다시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을 수 있겠다.


지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것(understand, comprehend) 같은 것 말고 어리벙벙하니 상황이 잘 이해가 안 갈 때는 puzzle(맞다. 그 퍼즐이다)을 써도 된다. it puzzles me that.. 하고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말하면 된다. 띨뻥한 표정은 마찬가지로 puzzled looking이라고 한다.


수사를 하듯 조금씩 알아 나가다가 갑자기 모든 게 이해가 가는 것을

pieces (start) falling into place. Pieces fall together이라고 한다.

직소 퍼즐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조각들을 맞춰 나가다가 갑자기 중요한 몇 개가 제자리에 들어가면서 전체 그림이 보이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언어를 배우는 것도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 안 되는 것 같아도 어느 날 뭔가가 보이게 되어있다.


인간의 감정은 결국 생존을 위해 진화 발달했고, 뇌에서 상상력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개입이 되어야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한다. 무미건조한 것들보다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에 연관된 것들이 더 잘 남는 이유다. 뭐든 좋은 감정을 심어 바라보도록 하는 게 기억에 좋다는 말이다. 하기 싫은 것도 차라리 증오를 품으며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가장 즐거운 일이 뭔가 생각해보다가 뭐니 뭐니 해도 일단 먹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회에는 요리에 대한 단어를 알아보고, 그리고 봄이 오는데도 미세먼지로 고생들을 하느라 마음 놓고 나 다니지도 못하는 한국에서 마음으로나마 추억의 기차를 타고 낭만적으로 그러나 실용적으로 맛있는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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