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나 홀아비가 되지 않는 법은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남의 나라 언어를 배울 때 알파벳 다음으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인사말이고, 그다음이 신체 부분에 대한 것일 것이다. 주로 부담 없는 소년이나 소녀의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차트이기 쉽다.
눈, 코, 입 단어 알고 팔다리 알고 나면 나머지는 뭐어 알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말도 당연히 아는 단어들이라면 영어로도 알아야 병원도 가고, 미장원도 갈 뿐 아라, 한국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영어(?) 단어들로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사실 기본 신체 관련 단어들은 번연히 가리킬 수 있는 눈 코 입보다 다른 것들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
머리만 보아도, 눈 코 입 머리는 일단 알고 턱 chin이나, 볼 cheek, 뒤통수는 back of the head, 앞통수, 즉 이마 forehead 정도는 대충 알 것이다. 눈썹 eye brows, 눈꺼풀 eye lid(s), 속눈썹 eye lashes, 광대뼈 cheek bones, 콧구멍 nostril 정도 정도는 뭐 생각하는데 정보처리 기간이 0.5초 더 걸릴지 몰라도 가뿐할 것이다.
머리 잘랐어, 하면 hair이지 head가 아닌 정도는 아시잖아요. lip이라는 것이 입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서 long upper lip이라고 하면 어떻게 아랫입술을 놔두고 윗입술만 길 수가 있는가 의문을 품는 게 아니라 인중이 긴 것을 말하는 거고, 그래서 upper lip hair이라고 하면 윗입술에 난 털!! 이 아니라 콧수염인 거 정도는 요즘은 다 아시잖아요. 그렇죠? 어차피 콧수염도 코에 난 것도 아니니까 (상상은 하지 말도록 하자. 끼니는 소중하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자 오늘은 머리에서 눈썹까지만 일단 살펴보실게요 라고 말하고 나니 어딘가 뒤로 젖히는 의자에 앉혀놓고 샤워기로 머리를 적시기 시작하거나, 계산 도와드릴게요, 같은 상투 한국어들이 자동으로 따라 나오려고 한다. 네 최근에 제가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우선 이마에서 머리가 나기 시작하는 부분을 hairline이라고 한다. 한국말로도 딱히 모르는 그 부분은 알아 뭐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가마는 주로 Hair whorls, 를 쓰고 crowns, swirls도 쓸 수 있는데, 가르마는 가른다고 해서 parting이다. 어쩐지 속은 기분이다.
receded/receding hairline이라고 하면 머리 나는 선이 뒤로 '물러가기' 시작한다는 말로 대머리가 되어간다는 말이라서 다른 말로는 go balding이라고 하겠고, 머리나 털이 빠지는 것에는 fall out, shed라는 말을 쓴다. 이마 위에 양쪽으로 M 자를 그린 선은 widow's peak이라는 불쾌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높으면 과부/홀아비가 되기 쉽다는 미신에서 나온 말인데 당연히 근거는 없다.
머리숱이 많으면 thick, 없으면 thin이고 우리가 흔히 머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head라는 말은 이 머리통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전반적으로 다친 것을 head injury라고 하기도 하지만, 머리 깨진다고 할 때 겉이 아니라 속에 뼈를 말하고 싶으면 skull을 사용해, 두부 골절은 skull fracture이라고 하면 된다.
두피는 scalp라고 한다. 비듬 dandruff는 다른 말로는 flakes라고도 하는데 이 단어가 얇은 조각을 가리키는 말이라 눈송이도 snow flakes라고 하고 먹는 시리얼도 Corn flakes라고 하다 보니 어쩐지 지저분한 생각이 든다. 머리끝이 갈라지는 것은 split ends라고 하고 흔히 린스라고 하는 것을 최근에는 conditioner라고들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rinse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여담으로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헤어밴드라고 하는 것은 사실 head band이고 헤어밴드는 머리고무줄을 말하게 된다. (곱창끈이라고 부르는 그 물건의 이름은 scrunch인데, 보통 머리를 묶는 머리끈의 이름은 지역마다 유행어처럼 다 다르므로 일단 알아보지 말기로 하자. 미국이 땅이 좀 커서 말이다.) 커다란 장식용 핀은 berret(베레 모자 할 때 그 베레)마 hair clip이라고 한다.
얼굴은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여서 부위의 움직임을 가지고 만든 표현도 많다.
일단 얼굴 부분만 예를 들면, 잘난 척하는 사람을 한국어로는 콧대가 높다거나, 목이 뻣뻣하다고 하는데 영어로는 highbrow라고 하고 반대말은 lowbrow라고 하고, 조금 놀라거나 조금 못마땅하게 생각되거나 할 때 흐음 눈썹을 올리는 동작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 '감정 자체'를 동사로 raising one's eyebrows라고 한다. 눈썹을 올렸다, 고만하고 이유를 안 붙여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동작인 것이다.
머릿니를 말하는 lice는 복수이므로 머릿니가 딱 한 마리만 있는 분들은 누가 라이스가 있냐고 물으면 발끈하면서 매우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No, I have only one louse!" 하고 말해주도록 하자.
서론이 길어서 눈썹까지만 내려오는 데도 너무 오래 걸렸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볼로 해서 적어도 턱까지는 내려가 보도록 노력해보겠다.